대구은행 사외이사 제도가 쟁점이 된 까닭은

입력 2018-09-13 05:00:00

DGB금융그룹이 지배구조개선을 추진하면서 대구은행의 사외이사 제도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외이사의 수를 늘리는 것을 비롯해 내·외부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후보자를 추천받겠다는 것이 개선안의 골자이다. 하지만 현재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주장하며 지배구조개선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DGB금융지주에 따르면 14일 발표 예정인 주 은행 사외이사 제도의 개편안이 담길 예정이다. 사외이사 수를 현재 5명에서 7명으로 늘리고, 후보자 풀(Pool)도 현재 23명에서 40~50명으로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금 조성과 채용 비리 등의 문제를 일으킨 최고경영자를 사외이사가 견제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 같은 개선안 마련의 배경이다.

금융지주 측은 "주주와 외부컨설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후보자를 추천받아 사외이사 구성을 다채롭게 만들어 최고경영자의 견제 역할을 하도록 하고, 이사회와 각종 위원회 활동에 대한 평가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은행 사외이사는 인적 구성이 폐쇄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몇몇 사외이사가 장기간 재직하거나, 특정 인맥으로 유지된다는 것이었다.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추천위원회가 사외이사 후보자를 추천'검정한다는 점도 폐쇄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손꼽힌다.

실제 현재 사외이사 5명 중 3명은 올해 3월에 연임됐는데, 이들은 각각 2013년과 2015년, 2016년부터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올해 3월 임기를 마치고 나간 한 사외이사는 2014년 3월부터 4년간 재직했고, 이를 대신한 사외이사는 지난 2016년 3월부터 2년간 DGB금융지주 사외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금융지주에서 은행으로 옮겨 사외이사를 이어가는 것이다.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는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이 2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대구지검에 출두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채용비리와 비자금 조성 혐의를 받는 박인규 전 대구은행장이 2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대구지검에 출두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또 박인규 전 행장으로 문제가 된 대구상고나 영남대(학부 기준) 출신이 아닌 사외이사가 5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4명 중 2명은 대구상고, 2명은 영남대 출신이다. 대학원으로 보면 영남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3명)와 경북대 대학원 법학 석사(2명)로 편중돼 있다.

지배구조개선안에 대해 대구은행의 한 사외이사는 은행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무엇보다 은행장 추천권 조정과 지주사 임원의 계열사(은행 포함) 비상임이사 겸직 등이 함께 추진될 예정이어서, 은행 사외이사 측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사외이사 역할이 축소되고 지주사의 권한이 강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은행장을 지주 이사회에서 추천하더라도 은행 경영에 대한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며 "사외이사가 최고경영자를 견제하도록 제도를 개선해 비자금 조성과 채용비리 등과 문제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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