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이 흥미롭다. ‘기사단장 죽이기’(무라카미 하루키)의 한 장면을 소개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이혼 후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혼자 들어간 식당에서 책을 보고 있는데 느닷없이 한 여자가 들어섰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쫓기듯 들어와 다짜고짜 주인공의 자리에 합석했다.
여자 : 아는 사람인 척해 줘. 여기서 만나기로 한 것처럼.
나 : 알았어.
여자 : 그대로 계속 밥 먹어.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척해 줄래?
저자인 서민 교수는 예전에 소설을 썼다. 그래서일까 프롤로그가 드라마틱하다. 곧바로 저자의 소개팅 장면으로 이어진다. 저자의 첫 번째 결혼은 1년도 못 되어 파경. 2007년, 어쩌다 소개팅이 들어왔다. 일찍 자리에 나간 서민 교수는 상대가 온 줄도 모르고 독서삼매에 빠져 있었다.
그때 내가 읽던 책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꽤 열심히 읽었던 모양이다. 아내가 내 앞에 왔는데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걸 보면 말이다. 갑자기 주위가 환해지는 바람에 고개를 들어 보니 아내가 앞에 서 있었다.
“서민 씨죠?”
둘은 그렇게 만나 부부가 되었고 현재까지 행복하게 살고 있다. 책이 참 고맙지 않겠는가.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쫓기던 여자는 독서하는 사람 곁이 안전해 보였을 것이고, 저자의 아내는 책에 열중한 서 교수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책은 사람을 만나게 하고 결혼에 이르게 한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책 안 읽는 사회를 위한 저자의 염려가 담겨 있고, 2부는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점을 알려 준다. 3부에선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어떻게 읽으면 좋은지 아이디어를 주면서 맺는다.
나는 이 책을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지 않았다. 각 장이 독자적인 칼럼 같다는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만나듯 마음이 끌리는 부분부터 읽었다. 우리가 삶 속에서 갑자기 낯선 누군가를 만나는 것처럼 일부를 드문드문 읽고는, 나중에 빠진 부분을 채워 읽으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골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서문을 읽고 나서는 곧바로 99쪽으로 날아갔다.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 소식과 그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기 때문이다. 사실 홍수처럼 쏟아지는 책들 중에서 내게 맞는 책을 고르는 건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베스트셀러 순위나 수상작으로 쏠리기 십상이다. 주요 논지는 책 고르는 능력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책은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들을 잘 소개했다. 올바른 판단력이라든가 상상력, 지식 등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 영상이 문화의 주류가 된 시대, 텍스트로는 맥락 전달이 잘 안 된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소위 인난증(인터넷 난독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인데, 책 읽기로 맥락 문맹을 극복해 보면 어떨까.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는 독서의 실천을 강조한다. 독서가 독서로 끝나지 않으려면 책의 좋은 내용을 내 것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책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면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자신을 먼저 변화시키라는 메시지가 깔려 있다. 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인이 바뀌면 자연 우리의 세상도 달라질 테니까.
여름에서 나오는 중이다. 가을로 한 발 들여놓는 계절, ‘서민독서’로 삼매에 들어 보는 건 어떨까.
장창수 학이사독서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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