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보이스피싱,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입력 2018-09-17 11:39:49 수정 2018-09-17 18:31:04

김충일 대구 동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충일 대구 동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충일 대구 동부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장

# 9월 한 40대 여성은 검찰청 수사관을 사칭하는 전화를 받았다. "당신 명의 통장이 범죄에 연루돼 고소당했으니 조사를 받아야 한다. 알려주는 앱을 설치하면 사건 내용이 검색된다. 통장에 든 돈은 금감원에서 보호해야 하니 전부 찾아서 보내는 직원에게 맡겨라"는 말을 믿고 4천500만원을 찾아 전달했다.

# 지난 7월 한 40대 남성은 서민금융지원센터를 사칭하는 자의 전화를 받았다. "저금리 금융 나들목 대출이 있다. 신용도를 조회해 보니 2등급인데, 1등급으로 올려야 된다. 그러자면 일단 캐피탈에서 2천100만원을 대출받아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상환을 하면 최대 8천9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알려주는 앱을 설치하고 자산관리공사에 연락하라"는 말을 믿고 대출을 받은 후, 자산관리공사의 '박경주 과장'을 사칭하는 자에게 2천100만원을 이체했다.

아직도 이런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있는가 생각될 정도로 황당한 것 같지만, 실제로 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에 한 주마다 3.4건 이상 발생하는 보이스피싱 범죄의 일부이다. 특히 대출 빙자 보이스피싱은 기존의 대출금을 상환 명목으로 개인 명의 계좌로 이체하라고 하거나 인터넷사이트 주소를 알려주며 앱 설치를 유도하면 100% 사기 전화임을 유념해야 한다.

우리는 보이스피싱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2017년 통계를 보면 전국적으로 2만4천259건에 2천470억원의 피해를 당했고 올해도 계속 증가하는 상황이다. 금융기관과 정부기관 등에서 아무리 예방 홍보를 하여도 근절되지 않는 주요 원인은 지역, 연령, 직업,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정부나 기관 사칭 전화를 너무 쉽게 믿기 때문이다.

'나는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만은 절대 금물이다.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오면 일단 보이스피싱임을 의심하고 항상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범인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 동포가 어설픈 우리말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우리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며 실제 수사 절차와 금융과 관련된 전문 용어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사전 준비된 시나리오대로 피해자의 반응에 따라 멘트를 적절히 사용하여 매우 사실적으로 이야기한다.

실제로 최근에는 20, 30대 젊은 층과 교사, 간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도 피해를 입어 신고를 하러 오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보이스피싱에 대해 이미 알고 있거나, 들어 본 적은 있었으나 자신은 당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가 상대방에게 속아 소중한 재산을 한순간에 날려 버렸다고 자책한다.

가장 간단한 근절 방법은 모르는 전화는 일절 받지 않는 게 상책이나 그렇지 않으면 전화번호의 정체를 파악하는 것이 좋다. 상대가 누구인지 부서명, 직위, 이름, 전화번호에 대해 메모한 다음, 전화한 용건을 간단히 물어본 뒤 전화를 끊고, 114를 통해 조회하거나, 기관 홈페이지에 공개된 전화번호로 전화하여 직접 확인해 보아야 한다.

이마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112에 전화해 물어보면 빠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범인은 전화를 받은 피해자를 철저히 고립시키려 장시간 통화를 유도하니 의심스러운 전화는 그 즉시 끊고, 주변 사람과 상의해 보면 보이스피싱임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