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무대 위의 별별 사건사고

입력 2018-09-10 16:30:19

김지혜 영남대 성악과 외래교수

몇년 전, 독창회를 보러 갔을 때에 일이다. 관객 모두 음악에 흠뻑 빠져있을 때, 갑자기 좌석이 움직이는 듯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러더니 무대 위에 조명이 흔들거리고, 긴급재난을 알리는 문자가 여기저기서 터졌다. 관객이 수근대고, 곧 지진임을 알 수 있었다. 연주는 지진에도 미동없이 이어졌고 흔들림도 곧 잦아들었지만, 일부 관객들은 자리를 뜨기도 했다. 사람 일이란 한치 앞을 알 수 없듯이,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건 무대 위의 세계도 마찬가지다.

김지혜 영남대 성악과 외래교수
김지혜 영남대 성악과 외래교수

많은 에피소드 중에서 흔한 사고는 연주 도중 현악기의 줄이 끊어지는 것이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연주자 간의 배려와 약속으로, 오케스트라의 경우 콘서트마스터부터 옆 주자, 또 그 옆, 그리고 뒤줄 순서로 악기를 이어받아 연주한다. 끊어진 악기는 맨 뒤까지 전달되어 현 교체를 하게 된다. 솔리스트의 악기가 끊어진 경우도 재빨리 콘서트마스터의 악기와 교환하여 연주를 그대로 이어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때때로 관객의 양해를 구하고 무대 위에서 교체를 하는 경우도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굵직한 저음파트의 현이 끊어지면, 연주를 중지하고 현 교체부터 하게 된다.

냉정한 무대의 세계에선 연주자의 컨디션 또한 하나의 실력으로 평가받는다. 연주가라면 공연 당일 컨디션 난조도 본인 책임이다. 이런 탓에 여러 사람이 함께 오르는 오페라의 경우에는 주요 역할 출연자들의 대기역을 언더 캐스팅해서 만약을 대비하기도 한다.

연주 당일의 부상에도 멋진 연주를 해낸, 피아니스트 예핌 브론프만의 일화가 흥미롭다. 그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앞두고, 연주 당일 아침 손가락을 베이고 말았다. 깊은 상처에도 관객들을 위해 연주투혼을 보였던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완벽한 연주에 앙코르까지 해냈다. 하지만 연주 후의 건반과 바닥에는 보기만 해도 고통이 전해지는 수많은 핏자국을 남겼다고 한다.

무대의 사건사고를 몰래 카메라 마냥 일부러 연출한 작곡가도 있다. 관객을 놀라게 하는 특기를 가진 현대 작곡가 마우리치오 카겔이다. 그는 '실내악을 위한 피날레'라는 작품의 악보에 "지휘자 쓰러질 것", 그 후 "콘서트마스터가 이어 지휘할 것"을 기보했다. 또한 '팀파니 협주곡'이라는 작품에서는 연주 전 미리 팀파니 1개의 가죽면을 아무도 모르게 종이로 조립해 둘 것을 지시하며,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는 악기 속으로 머리를 박으며 뛰어들라며 악보에 친절히 그림까지 그려져 있다.

이러한 그의 작품을 다시금 생각해보면, '무대 위의 사건사고' 역시 예술의 한 부분으로서 보게되는 새로운 관점이 아닐까 한다. 무대의 예술가여. 어쩔 수 없는 사건사고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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