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독도에 서다(하)

입력 2018-09-11 16:07:50

8일 독도 5해리 전방 해상에 미확인 선박 한 척이 나타나자 3인치 대포 앞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독도경비대원이 망원경으로 관측하고 있다. 해상의 선박은 해양경찰청 함정으로 확인됐다.
8일 독도 5해리 전방 해상에 미확인 선박 한 척이 나타나자 3인치 대포 앞에서 경계근무를 서던 독도경비대원이 망원경으로 관측하고 있다. 해상의 선박은 해양경찰청 함정으로 확인됐다.

지난 한 주일을 독도등대에서 보냈다.

2008년 몸을 의탁했던 그 방, 그 자리에서 지금 아침을 맞고 있다. 10년 만의 아침,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바다엔 짙은 해무가 끼어 있다. 독립문바위 뒤쪽 바다 물결은 언제나처럼 득시글거리고 육지로 나가지 못한 괭이갈매기 몇 마리만 3인치 대포 위를 날고 있다.

10년 전 2008년의 여름은 올해 못지않게 뜨거웠다. 연일 35℃를 웃도는 염천의 더위도 더위였지만 일장기를 불태우는 거리의 군중들 열기는 더 뜨거웠다. 당시 일본은 그들의 중학교 교과서해설서요령에 독도를 '자기네 땅'으로 가르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른들은 머리띠를 두르고 아이들은 태극기를 든 채 거리로 뛰쳐나갔다. 나 역시 그러했다.

결기 하나로 뛰어들었지만 독도는 만만하지 않았다. 깔따구(바다 모기)에 물려 고름이 질질 흐르는 다리를 긁으며 연거푸 너덧 끼를 라면으로 때우던 날들을 기억하면 지금도 속이 메슥거린다. 독도의 하루하루는 피폐했고 세월은 더디 갔다.

그나마 그 시절을 버티게 한 것은 단 하나, 간절함이었다. 우리가 독도를 좀 더 알게 되고 독도가 좀 더 강고해지기를 바라는 염원, 그것이었다. 그러나 10년 전 바람과는 달리 독도의 일들은 오히려 퇴행하는 듯하다.

대표적인 두 가지 사례가 그렇다.

먼저 일본 초중고 교과서 문제. 일본은 2008년 그들 중학 교과서에서 '독도를 영토문제로 다루겠다'고 했다. 그 후 그들은 현행 학습지도요령 중학교 지리과목에서 "죽도(독도의 일본식 명칭)와 북방영토가 우리 고유의 영토임을 착목시켜 교육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그러나 2018년, 금년 고등학교를 끝으로 최종 완료된 개정 학습지도요령에서는 모든 교과서에 독도에 관한 내용을 언급하도록 하고 있다. 그 내용도 '독도, 일본의 고유영토'로 기술하도록 했다. 2022년부터는 일본의 모든 초'중'고 교과서에서 그렇게 가르치도록 의무화했다. 일본은 독도 교육왜곡을 완결한 것이다.

또 하나, 일본 총리실 산하 영토·주권기획조정실 문제다. 영토·주권기획조정실은 1958년 내각 부서에 설치한 '특별지역 연락국'이 그 기원이다. 이는 1956년, 일본과 구소련 간 쿠릴열도 2개 섬 반환을 합의함에 따라 그 업무를 관장하는 부서였다.

그러던 것을 일본은 1970년 5월 '북방·남방대책청'로 다시 개편 발족했다. 이는 쿠릴열도 반환뿐만 아니라 1972년에 있는 오키나와 반환 업무를 관장하도록 한 것. 1972년 5월 미국이 위임통치하던 오키나와 반환이 마무리되자 다시 기구를 '북방영토대책팀'으로 개편했다. 쿠릴열도 4개 섬 반환 업무를 맡긴 것이다.

그러던 일본은 2012년 11월 느닷없이 '다케시마문제 대책팀'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독도 분쟁지역화'가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판단한 것일까. 다시 4개월 후인 2013년 2월 '북방영토대책팀과' '다케시마문제 대책준비팀'을 통합해 총리실 산하에 '영토·주권기획조정실'을 전격적으로 설치했다. 그리고는 독도를 오키나와나 쿠릴열도처럼 '돌아와야 할 일본 고유영토'라고 외치고 있다.

나는 이 두 가지 변화를 투영하기 위해 이번에 다시 독도에 섰다.

독도 앞바다 바람이 날카롭다. 섬을 할퀴는 물결의 발톱도 한결 사납다. 막무가내로 들끓으며 기어오르는 파도. 생명이 있든 없든 간에 '바다 것들'의 저 몰강스러움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지칠 줄 모르는 바다 것들의 도발, 저 그악스러움에 몸서리가 난다. 저들의 도발을 잠재울 '비결'이 간절하다.

오늘, 10년 세월을 건너뛰어 일주일간 머물던 독도를 떠나야 한다. 다시 10년 후 내가 다시 '독도에서의 1년'을 회고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아! 봐주는 이 없이 저 홀로 피었다 지는 저 해국의 쓸쓸함은 그 누가 보듬어 줄까.

전충진(경북도 독도홍보팀장·전 매일신문 독도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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