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주·포항 지진 벌써 잊었나, 예산 모조리 칼질한 정부

입력 2018-09-03 05:00:00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짜면서 경상북도가 요청한 지진 관련 예산을 모조리 삭감했다. 경북도가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 용역비 5억원, 포항 국가방재교육공원 조성 용역비 3억원,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사업비 425억원을 건의했으나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확인됐는데도 정부가 지진 대비에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2016년 경주, 2017년 포항 지진은 물질적 피해는 물론 정신적 충격을 줬다. 지진에 대한 국민 불안을 없애기 위해 국가 차원의 지진대응시스템을 구축하고 체계적 연구와 조사를 수행할 연구기관 필요성이 대두됐다. 경북도가 국립지진방재연구원 설립에 나선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였다. 하지만 정부는 경주 지진 2주년을 앞둔 지금까지도 연구원 설립 계획조차 밝히지 않은 것은 물론 2년 연속 경북도 예산 요청을 뭉개버렸다.

연구원 예산을 삭감한 데 대해 정부는 사업 전망을 어둡게 봤기 때문이라 변명했다. 지진으로부터 국민을 지키기 위한 연구원 설립을 사업 전망 운운하는 정부의 태도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 국민 안전과 생존에 정부가 관심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경북도의 예산 요청을 정부가 묵살한 것은 연구원 유치에 뛰어든 부산과 울산을 의식한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지진이 잇따른 경북에 연구원을 설립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도 정부가 문재인 정권 텃밭인 부산울산 눈치를 봐 연구원 설립 예산을 삭감했다면 더욱 문제다.

지진 대비는 대구경북만이 아닌 대한민국 현안이다. 언제 또 지진이 발생할지 모르는 만큼 연구원 설립은 반드시 필요하고 시간을 다투는 과제다. 정부가 연구원 설립에 앞장서도 모자랄 판에 경북도가 요청한 예산을 칼질한 것은 어떤 말로도 변명이 안 된다. 지진으로부터 국민을 지킨다는 대전제 아래 정부는 경북도가 요청한 연구원 설립 용역비를 되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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