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구 빛낸 인물동산 옆 친일 비석, 그냥 둘 일 아니다

입력 2018-09-03 05:00:00

대구 두류공원 내 한 비석의 주인공이 일제강점기 친일 행적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오랜 의문이 풀렸다. 그러나 이로써 일제 때 창씨 개명한 인물을 기리는 창덕비를 대구를 빛낸 역사적 인물들을 기념한 여러 조형물 옆 한 공간에 그대로 두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두류공원은 매일 숱한 시민들은 물론, 대구를 찾는 외부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 명소이다. 공원 맞은편에 관광시설이 있는 데다 공원 내에는 대구시가 조성한 대구를 빛낸 주인공들 인물동산, 일제 대구사범학교 학생독립운동 및 2·28 민주화 학생운동 기념 조형물, 체육운동장 등 다양한 시설이 갖춰진 공간이어서다.

두류공원 창덕비는 일제 때인 1943년 세워졌다. 당시 힘든 시절, 지역민에 도움을 준 활동을 기린 일은 마땅할 수 있다. 그러나 창씨 개명과 함께 일제의 자원 수탈 지원과 일제가 일으킨 전쟁에 참전할 것을 독려하는 등의 분명한 친일 행적은 뒷날의 엄한 평가를 피할 수 없는 일이다. 비록 시대의 아픔일지라도 독립운동으로 나라를 되찾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사실 창덕비에 대한 궁금증은 오래됐다. 지난 2010년부터 창덕비 주인공에 대한 의문이 인터넷 공간이나 일부 시민의 글로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풀리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공원 관리 책임기관인 대구시의 무관심이 빚은 결과였다. 역사 인식의 부재 탓이다. 시민이나 개인이 나서서 지난 역사의 문헌을 찾아 추적에 나서는 일은 아무래도 힘에 부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친일 활동 인물의 창덕비 사연이 밝혀진 만큼 그냥 둘 수는 없다. 당국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철거 또는 안내판 설치 등 방법은 여럿이다. 옛 사례도 참조할 만하다. 1990년대 대구의 대표적인 친일파였던 박중양을 기린 북구의 한 야산 석조물 사례가 그렇다. 집안과 후손이 스스로 나서 처리한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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