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황금시간대 꿰찬 요즘 예능의 조상님 '웃으면 복이와요'
▶1970년대 TV를 채운 것은 만화와 드라마뿐만 아닙니다. 이제는 전설이 된 예능프로그램들도 있습니다. 요즘 TV 주말 황금시간대를 꿰찬 각종 예능프로그램의 조상님들입니다.
앞서 드라마 '전원일기'만큼 장수한 드라마들을 소개해드렸는데요. 예능 중에도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MBC 코미디프로그램 '웃으면 복이와요'입니다.
1969년 첫 방송됐습니다. 1985년까지 16년간 전파를 탔습니다. '전설의고향'처럼 종영과 부활을 반복했습니다. 1992~1994년 2년여간, 2005년 한 해동안 더 방송됐습니다. 모두 합치면 20년에 가까운 방영 기록을 갖고 있습니다.
첫 세대 웃으면 복이와요는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30분에 방송됐습니다. 주5일제인 지금과 달리 당시는 주6일제였고요. 그래서 일요일 단 하루가 꿀맛같은 휴일이었는데요. 그날 저녁 한 주 동안의 피로를 싹 날려주는 프로그램이 바로 웃으면 복이와요였습니다. 웃으면 복이와요를 계기로 이 시간대가 TV 주말 황금시간대로 굳어진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출연진 중 故 구봉서, 故 배삼룡, 故 이기동 선생님이 특히 기억이 납니다. 故 서영춘, 故 배삼룡, 故 남철, 故 남성남, 그리고 송해(!) 선생님도요. 당시 개그는 입(言)은 물론 표정과 몸까지 아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1970년대 후반 '비실이' 배삼룡과 '땅딸이' 이기동, 두 분은 웃으면 복이와요에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습니다. 그때 출시한 음료수명도 개그입니다. '삼룡사와', '땅딸사와'. 이 소식을 전한 신문 기사를 보고, 혹시 장난이 아닌가 싶었는데, 정말이어서 배꼽 잡고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사와'는 '시큼한'이란 뜻을 가진 'sour'를 우리말로 표기한 음료 제품군으로 전해집니다. 당시 '삼강사와'가 가장 유명했죠.


그 외에도 당시 국민학생들에게 끼친 영향이 적잖습니다. 배삼룡 선생님은 집에서건 학교서건 소풍을 가서건 너 나 할 것 없이 '개다리춤'을 추게 하셨습니다. 국민체조는 참 재미가 없는데, 개다리춤은 즐기며 할 수 있는 온몸 운동이었습니다. 이기동 선생님은 '쿵따리닥닥 삐약삐약, 닭다리 잡고 뜯어뜯어'라는 유행어를 우리의 입에서 쉴 새 없이 흘러나오게 하셨습니다. 주전부리가 흔치 않던 시절, 맛난 껌 같은 유행어였습니다.
웃으면 복이와요는 더 이상 방송되지 않고 있습니다만, 대단한 업적을 남겼습니다. 앞서 극장과 길거리에서 펼쳐진 악극, 만담, 콩트쇼 등을 TV 안으로 그러모아 한국형 코미디라는 영역을 만든 것입니다. 이후 SBS '유머 1번지' KBS '개그콘서트' SBS '웃찾사' tvN '코미디 빅리그'가 태어난 기반도 됐습니다.



▶동양방송이 1964년 12월 개국하면서 간판 프로그램으로 내 건 '쇼쇼쇼'는 한국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틀을 짰고, 지금도 유효합니다. 버라이어티(Variety), 즉 노래와 춤과 코미디 등 다양한 요소를 한데 버무려 TV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이 프로그램 형식이 없었다면, 이후 각 방송사들은 주말 황금시간대를 무엇으로 채울지 머리를 쥐어짜야했을 겁니다. 유재석·강호동·전현무 같은 인기 예능 MC들도 탄생하지 못했을 겁니다. 쇼쇼쇼의 1대 MC는 '후라이보이' 곽규석이 맡았습니다. 그 다음으로 2대 이한필과 정윤희, 정소녀에 이어 3대 허참과 정소녀, 손정은, 한우리, 차화연, 김진아 등이 쇼쇼쇼 MC를 맡았습니다.
요즘 TV 쇼 프로그램이야 더 뛰어난 제작 기술을 바탕으로 더욱 화려한 쇼 무대를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때처럼 가수, 배우, 개그맨 수십명을 한데 모으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쇼쇼쇼는 수많은 연예인을 한번에 볼 수 있는 '종합선물세트' 같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요즘은 많이 사라졌지만 퀴즈 프로그램도 옛적엔 꽤 잘 나갔습니다. 1973년 첫 방송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장학퀴즈'가 대표적입니다. MBC에서 먼저 방송했지만, 1997년에 중단한 것을 EBS에서 이어 방송하고 있는 특이한 사례입니다.
5명의 고등학생이 출전하구요. 사회자가 문제를 읽어주면 먼저 부저를 누른 학생이 답을 맞출 기회를 얻습니다. 학생이 답을 말할 때 '땡'인지 '정답'인지 가려질때의 그 긴장감이란!
프로그램 형식만 보면 전형적인 '퀴즈쇼'이지만, 고등학생들이 등장하는데다 출제하는 문제까지 상식 위주라서, 예능프로그램이기보다는 교양프로그램에 가까웠습니다. 그런 점이 오히려 장학퀴즈의 인기를 높였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우리나라 특유의 '교육열'도 한몫했겠지요. 방송 녹화 때면 수천명의 학생이 방청을 위해 MBC에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출전하는 학생의 학교에서는 교장선생님 이하 응원단까지 총출동했다고합니다. 각 가정에서는요. 늦잠 좀 자려고 해도 일요일 오전 10시 30분이면 자녀를 깨워 TV 앞에 앉히는 부모님이 적잖았다고 합니다. 'TV=바보상자' 주장을 뒤집는 가장 강력한 '팩트'(사실)입니다.
도움말 홍사흠 혼다 대구지점장
<다음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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