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다른 사람과 잘 지내기] 편견,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끝>

입력 2018-08-13 11:46:28 수정 2018-08-13 18:45:20

'편견에 빠진 사회, 발전하지 못한다!'

독일신문 슈피겔지는 유럽의 매력적인 도시로 암스테르담과 더블린, 함부르크, 코펜하겐, 탈린을 선정했다. 이곳들이 쿨(cool)한 도시로 사랑받는 배경에는 사회적 다양성을 자본으로 여기는 열린 자세가 한몫했다. 세계적 수준의 창의성을 가진 도시로 꼽히는 런던, 파리, 샌프란시스코, 뉴욕은 무엇이 다를까? 이들 역시 글로벌 인적자원 동원력과 함께 뛰어난 관용성, 그리고 이질적인 것을 배제하기보다 넉넉하게 포용하는 점이 뚜렷한 특징이다.

'창조도시'의 저자 리처드 플로리다는 창의성 지수를 다른 신념, 다른 지향점,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가진 사람들을 수용하는 정도와 동일시했다. TK(대구경북)의 '잃어버린 30년', 한국사회의 경쟁력 상실과 정체의 근본원인은 어쩌면 '나와 다른 사람을 배제하고 적대시 하는 편견에 빠진 사고방식과 행동' 탓은 아닐까.

사회적 편견 극복, 어떻게 할까 (그래픽 참고 자료)
사회적 편견 극복, 어떻게 할까 (그래픽 참고 자료)

◆ "모든 사람은 달라요"

선입견, 고정관념, 편견은 사람이 태어나 특정한 문화적 환경 속에서 자라며 자연스럽게 생성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차별과 폭력을 초래하는 사회적 편견을 극복할 실마리 역시 우리의 가정, 학교, 사회에 있는 셈이다.

류형철 박사(대구경북연구원)의 경험담이다. 미국 유학시절 초등학생 딸 아이에게 걱정스럽게 물었다, "혹시 백인 아이들, 흑인·멕시칸들이 힘들게 하진 않아?" 딸 아이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Everybody is different!(모든 사람은 달라요)' 담임 선생님이 늘 하시는 말씀이라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늘 이런 마음으로 친구들을 대하고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귀국 후 딸 아이의 생각은 정반대로 바뀌었다. 한국에서는 주변 친구들과 다르게 행동하면 곧 바로 '왕따'가 되었다. 표준말을 쓴다든지, 욕을 사용하지 않으면 금새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는다. 친구를 사귀려면 어쩔 수 없이 똑같은 말투와 행동을 함께 해야 했다.

편견이 가져오는 한국사회의 병폐를 해결하는 데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김규원 경북대 교수(사회학과)는 "경쟁위주의 현 교육제도는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어 편견과 갈등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분할 경쟁위주 패러다임에서 공유 협력 패러다임으로 교육의 대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편견 극복, 어떻게 할까? (그래픽 참고 자료1)
사회적 편견 극복, 어떻게 할까? (그래픽 참고 자료1)

◆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우리'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들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인지 범위를 확대시켜야 한다. 어쩌면 사람은 '내집단'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외집단'에 대한 수용성을 키우면서 성숙해진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편견이 불충분하고 부정확한 근거에 기초한 감정적 태도와 제한된 경험에 기인하는 만큼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은영 대구가톨릭대 교수(심리학과)는 "직접 접촉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해소되고, 잘못 알고 있던 부분을 수정하게 된다"면서 "접촉이 효과적이기 위해서는 동등한 지위에서 대등한 접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특히 장기적으로 협동적인 상호의존 관계 속에서 친밀히게 접촉할 때 편견은 크게 줄어들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측면에서 학교와 사회는 구성원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소수집단이나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장애인고용촉진법이나 외국인 노동자 차별금지, 다문화·장애인 통합교육 등은 이런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시스템과 적절한 보상체계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윤종화 대구시민센터 상임이사는 "사회적 편견과 갈등을 애써 외면한다고 해서 '없는 것'이 될 수 없다. 그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고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약자, 소수자를 위한 각종 활동들은 개인적 차원에서 한계가 많은 만큼, 시민사회 단체가 봉사활동 등의 기회를 만들고 개인이 손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분권개헌으로 갈등을 줄이자

"현재의 헌법은 '위에서 아래로 주어진 것'으로 온갖 미사여구가 다 들어 있지만 국민의 가슴 속에 와닿지 않아 헌법정신에 대한 공감대가 취약한 것 같습니다다. 촛불과 태극기 집회 모두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생각의 차이, 제대로 된 나라 만들기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김규원 경북대 교수는 "이제는 개개인의 의견이 집약되는 절차와 과정을 거쳐 '아래로부터의 개헌'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이 과정에서 다른 생각·다른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들과 사회적 약자·소수자에 대한 차별금지 및 포용 등에 대한 논의가 국민적 공감대 속에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이창용 대표는 "사회적 편견과 이로 인한 갈등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할 수 있지만, 선진국은 이런 갈등을 해결할 힘을 갖고 있는 반면 우리의 경우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그 이유는 정치권력과 경제·사회·문화권력이 중앙에 독과점되어 사회적 편견과 갈등을 해결할 소통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지방으로의 분권, 지역사회로의 분권, 이웃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마을·동네로의 분권을 통해 사회적 편견과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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