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봉화 영풍석포제련소에서 지난달 26일 30여 분의 짧은 순간에 열린 공개 행사가 되레 국민 공분을 살 만큼 후유증이 길다. 1970년 가동 뒤 ‘48년 만의 공장 첫 공개’였지만 회사는 청정 산림의 무참한 황폐화 현장을 눈앞에 두고도 배출 공기가 깨끗하다는 믿을 수 없는 설명이나 했으니 그럴 만하다.
무엇보다 회사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배출 공기의 청정을 포장한 설명이 그렇다. 피해 현장을 보고도 그런 말을 서슴없이 꺼냈으니 말이다. 자신들만 그렇게 믿고 있음을 드러낸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말 대신 숱한 생명체의 보금자리 기능을 잃고 벌겋게 죽음의 땅이 된 공간을 다시 푸른 숲의 산림으로 복원하겠다는 약속과 의지부터 밝히는 게 마땅한 도리였다.
50년 세월 동안 소리 없이 자연을 희생시켜 일군 오늘의 영풍 기업이 누리는 풍성한 이윤을 나눠 앞으로 어떻게 복원 계획을 실천할지를 구체적인 청사진을 곁들여 국민에게 공개함이 합리적인 순서였다. 1조4천억원 매출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 숲과 산림, 1천300만 명 영남인의 식수원인 낙동강 상류 오염이란 비싼 대가 덕분이었음을 국민은 알고 있다.
뒷세대의 자산인 자연과 환경을 이렇게 앞당겨 마구 망치고도 책임지지 않는 기업을 누가 곱게 보겠는가. 새소리 끊기고 바람조차 사라진 숲과 산림의 땅 밑 공간인들 무슨 생명체가 찾겠는가. 지금과 같은 흐름이면 파괴된 산림은 장차 오랜 세월 이렇게 버려진 채 방치될 터이다. 그럼 누가 다시 일궈야 하는가. 세금으로 나라가 나서는 일은 나쁜 선례가 될 뿐이다.
이번 공개 행사는 회사의 불법 행위에 따른 조업정지 20일 조치에 대한 행정심판을 앞두고 마련된 만큼 회사 속셈은 뻔하다. 심판에 유리한 분위기 조성 목적이겠지만 앞뒤가 바뀌었다. 지금이라도 회사는 꼼수에 매달리지 말고 앞날을 보고 복원 행동부터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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