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덕 영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인터뷰
"요즘 한국사회는 오천만 국민이 오천만 목소리를 내는 '아우성 사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과거에도 다양한 이해집단과 그들 간 갈등이 존재했지만, 그땐 왜 아우성이 크게 들리지 않았을까요? 요즘은 과거보다 미디어가 발달해 목소리를 낼 기회는 훨씬 많아진 데다 언론은 이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에만 열중하고 있어 우리 사회가 매우 시끄러운 듯 보이는 겁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갈등은 어떤 사회에서든 상수로 항상 존재했다. 성숙한 사회일수록 갈등이 순화돼 나타난다"면서 "현재 온라인에서든, 현실에서든 이해집단 간 갈등이 여과 없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데 이는 우리 사회가 성숙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허 교수는 "요즘은 갈등을 순화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는 정치·언론·교육 등의 분야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언론·교육 등이 올바른 모습을 갖춰야 갈등을 사회발전을 위한 불쏘시개로 활용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한국사회의 갈등 양상은 순기능적인 측면보다 역기능적인 측면이 더 많이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선 허 교수는 "정치는 다양한 이해 집단 사이에서 조화와 타협을 만들어내는 '타협의 예술'을 보여줘야 하는데 우리 정치인들은 정치를 오로지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여긴다"면서 "정치적 담론은 실종되고 사회의 각기 다른 이해집단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목소리를 내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사회의 공기(公器)인 언론은 온라인에서 조회 수를 높이는 데만 열중하면서 사회적 여과장치가 아니라 개인의 목소리를 순화 없이 확대해 들려주는 '확성기'와 다름없게 됐다"고 꼬집었다. 그는 "언론이 충분한 검증이나 여과 없이 각자의 주장이나 사회적 논란에 대해 그대로 보도해버리면서 사회 갈등은 더욱 커지고 이해집단 간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오로지 대학 진학을 지향하는 교육을 해왔기에 개인은 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최소한의 상식을 내면화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교육이 파행적으로 흘러오다 보니 개인은 합리적인 태도와 상식을 내면화하기보다는 자기주장을 하는 것만이 '자유'라고 여기며 무조건 자신의 주장이 옳고 자신과 견해가 맞지 않으면 틀렸다고 여기며 불만을 표출하는 게 일상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일까. 허 교수는 "정치와 언론, 교육이 제 역할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들은 다양한 가치 갈등에 대해 발전적인 타협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이는 공동의 가치를 잃고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진 국민들에게 갈등을 합의로 승화시키는 것을 자연스레 교육하는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 "언론은 검증·여과 기능을 충실히 하면서 끊임없이 자기 성찰해 공기로서의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며 "온라인에 떠도는 소문과 논란들, 거짓 뉴스에 대해 팩트체크해 보도해야 하고, 조회 수를 끌어내기 위한 확성기 역할을 그만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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