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구에만 변호사 7, 8명 치열한 수임 경쟁…별다른 이견없이 화해권고
군용비행장 주변지역 소음피해 보상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절실해
지난 5월 대구지법 민사12부는 대구 동구 주민 3천여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음피해 배상 소송에서 정부가 주민들에게 4억7천400여만원을 지급하고 소송비용은 절반씩 부담하라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모두 2011년 소음 피해 배상금을 받은 이들이다. 주민들이 다시 소송을 낸 것은 민법 상 비행기소음피해 배상금은 법원에 청구한 날을 기준으로 과거 3년까지만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 피해를 다시 보상받으려면 추가 소송을 또 해야한다. 원고와 피고, 결과까지 같은 소송을 3년마다 반복해야하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런 사태를 중단하려면 소송없이도 정부가 일정한 기준에 맞춰 보상하는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끊이지 않는 소음피해 배상 소송
지난 19일 오후 동구 방촌시장 인근 한 상가 건물 2층. '비행기 소음보상 비상대책본부'라는 간판이 붙은 이 곳은 서울의 한 법률사무소가 마련한 소음피해 국가배상소송 접수처다. 접수처에서는 '가장 빠르게, 가장 정확하게, 가장 많은 보상을 해드린다'고 안내했다. 사무실 안에는 '신규 소음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 위임장'이 가득했다.
소송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주민등록번호와 서명, 주소, 휴대전화번호를 써서 법률사무소로 보내면 국가를 상대로 한 군공항 소음피해 소송이 시작된다. 접수처를 찾은 한 여성은 "가족들이 많은데 다 보상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한동안 문을 닫았던 이 소송 접수처는 얼마 전 다시 열었다. 앞서 진행된 소송이 마무리되자 새로운 소송을 준비하는 것이다.
소음피해 소송은 시기별로 크게 1~3차로 나뉜다. 2004~2005년 접수된 1차 소송은 2010~2012년에 결론이 났고, 곧바로 시작된 2차 소송은 소송 시작 후 1~2년 내에 배상금이 지급됐다. 이후 제기된 3차 소송은 최근 판결 결과가 나오는 중이다.
진행이 빠른 일부 소송은 4차 소송까지 준비 중이다. 이런 식으로 공인중개사사무소나 미용실 등 동구에 차려진 소송접수처만 10여곳에 이른다.
동구 방촌동 주민 송모(54)씨는 "1차 소송에서 배상금 400만원을 받았고, 오는 9월 2차 배상금을 받을 예정이다. 이미 세 번째 소송도 냈다"면서 "민법상 시효 소멸이 3년이기 때문에 3년 주기로 소송을 반복해야 배상을 계속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누구를 위한 소송인가…거액의 승소금은 변호사에게로
소음피해 소송을 수임하는 변호사는 대구에서만 7, 8명이나 된다. 비교적 규모가 큰 법률사무소 2곳이 전체 소송의 80%를 가져가고, 20%는 다른 법률사무소들이 경쟁적으로 수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들은 주민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면서 다음 소송을 위한 위임장을 요구하는 식으로 소송을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 선임을 둘러싼 갈등도 적지 않다. 2015년에는 수백억원대의 지연이자를 독식하려던 변호사에게 주민들이 반환 소송을 제기했고, 이듬해에는 동구청과 동구의회가 선임한 변호사와 최초로 소음피해 배상 소송을 제기한 변호사가 이중 수임해 갈등을 빚기도 했다.
현재 동구에는 소음피해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만 3곳으로 각기 다른 법률사무소를 안내하고 있다. 동구 검사동 주민 김모(33) 씨는 "변호사 사무실이나 비대위에서 소송 참여를 권유하는 우편이 자주 온다"며 "어디가 좋을 지 몰라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거듭되는 소송과 수임 경쟁을 두고 '원고(주민)와 피고(국가)가 모든 쟁점에 대해 합의한 소송을 반복하는 것은 낭비'라는 목소리도 높다. 서류만 갖추면 되는 소송으로 변호사들만 손쉽게 돈을 벌어간다는 이유다.
실제로 군 공항 소음 피해 소송은 국가의 책임과 배상 기준이 명확해 피해를 배상하는 화해권고결정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음 피해 배상은 지역별 소음기준(80~95 웨클 이상)과 거주 기간 등에 따라 월 3만~6만원의 배상금이 지급된다. 1989년 이전 거주민은 배상 기준의 100%, 1989년부터 대법원 확정판결이 난 2011년까지 전입자는 70%, 2011년 이후 전입자는 50%가 산정되는 게 일반적이다.
양승대 K-2전투기소음피해보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년 간 거듭된 소음피해배상 소송에서 300억원 이상이 변호사 비용으로 책정되는 등 변호사들의 횡포에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주민을 농락한 변호사들은 지역 소음피해 배상소송을 포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