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사회의 언어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거나 부정적인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것, 성(性)적인 것처럼 사회적으로 금기된 것을 이야기할 때는 모호하고 우회적인 말로 이야기하는 완곡어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이것은 완곡어법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완곡어법을 사용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욕설의 경우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이나 정신적 타격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말이기 때문에 완곡어법으로 변환해야 하는 말들이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 욕설에 배설물이나, 성과 관련된 신체 기관, 죽음과 관련된 말들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세계의 여러 언어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완곡어법은 죽음에 관한 것이다. 아무리 문화가 달라도 죽음이라는 것은 부정적이고, 불쾌하고, 피하고 싶은 것인 동시에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말에서는 죽음을 완곡하게 표현할 때 '운명(殞命)하다'나 '유명(幽明)을 달리하다'와 같은 표현들을 사용한다. '운명하다'라는 것은 목숨이 사라지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죽음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을 담고 있는 것이다. '유명을 달리하다'에서 '유명'(幽明)은 빛과 어둠, 이승과 저승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죽음이라는 것은 이승과 저승의 세계를 달리하는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세계인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생각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세계로 간다는 것이고, 죽음 앞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평등해진다는 것이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각자 다른 능력과 환경을 가지고 태어난다. 타고난 능력과 환경을 가지고 어떻게 살았든 인간이라면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죽는 순간에는 능력도, 환경도 모두가 똑같아진다. 그래서 죽음 앞에서는 사랑, 미움이나 분노와 같은 감정들을 모두 내려놓고 경건해지는 것이 한때 같은 세상에서 살았던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할 수 있다.
지난주에는 두 분의 유명 정치인이 유명을 달리하셔서 충격을 주었다. 그런데 두 분의 일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자기와 반대 진영에 있다고 해서 죽음을 조롱하고 희화화하는 말을 인터넷 공간에 마구 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중에는 지천명을 넘은 어른이나 정치인, 언론인들이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죽음까지도 진영 논리로 이해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것은 인간으로서 할 일도, 인간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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