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 폭염 속 선풍기 하나로 여름 나는 대구 쪽방촌 주민들

입력 2018-07-27 16:22:54

대구환경운동연합, 에너지빈곤층 실태조사 발표

대구 쪽방거주민 10명 중 9명은 선풍기로만 폭염을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민 절반 가량이 건강 악화를 호소했고, 4명 중 3명은 단열조차 안 되는 비좁은 노후 주택에 살았다.

대구환경운동연합과 주거권실현을위한대구연합은 27일 '2018년 여름철 에너지빈곤층 실태조사 주요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4일 동안 대구쪽방상담소 도움을 받아 대구 중구와 북구 일대 쪽방 48가구를 설문한 결과다. 에너지빈곤층이란 냉난방 등 에너비 구매비용이 소득의 10%를 넘는 가구를 뜻한다.

응답자 대부분은 신체 여건,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인해 폭염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모자가구 1곳을 제외한 47가구 모두 1인 가구였다. 주민 평균 연령은 65.3세였다. 특히 노인(만 65세 이상) 가구가 26개에 달했다. 노인 가구 평균 연령은 72.7세였다.

2가구를 제외한 46가구(95.8%)가 모두 주 냉방시설이 선풍기라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중 12가구(25%)가 에어컨을 보유했지만 고장과 전기요금 부담 등을 이유로 가동하지 못했다.

20가구(41.6%) 거주민은 어지러움과 두통을 호소했다. 구역질이 나거나 호흡이 어렵고 지병이 악화했다는 응답도 있었다.

36가구(75%) 거주민은 1970년 이전에 지은 노후 주택에 살았다. 주택 평균 면적은 6.6㎡(2평)도 안 되는 5.39㎡에 그쳤다. 주택 실내와 바깥 기온에 차이가 거의 없었고 습도는 오히려 실내가 높았다. 5가구(10%)는 집에 창문조차 없었다.

계대욱 대구환경운동연합 부장은 "현행 에너지복지제도는 혹한기 난방에 집중돼 있어 여름철 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지방자치단체는 당사자들 사정에 귀 기울이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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