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문화회관 여름기획전-헬로 컨템포러리 아트전과 유리상자 아트스타 11년

입력 2018-07-26 13:31:27

정혜숙 작
정혜숙 작 '필리핀 버드'

인간 DNA속에 축적된 자연 그대로의 숲, 또는 거주에 대한 본성적 가치는 시공을 넘어서도 잘 사그라들지 않는다. 인공적 정원보다 자연스러운 숲이나 강가에 머무는 게 훨씬 더 편안하게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설치미술은 인간과 자연의 매개행위로써 DNA속 원초적 본성에 상상력이 더해 이뤄지는 예술행위로 정의할 수도 있겠다.

때마침 봉산문화회관이 올 여름기획전시로 4명의 설치미술작가 참여하는 '2018 Hello! Contemporary Art'전과 기록전시인 '유리상자-아트스타 11년 설치미술전'을 열고 있다.

기획의도는 4명의 다른 작가들이 동시대성을 기반으로 각기 다른 개별적 감성을 시각적 조형물로 형상화 해 세계 인식을 연결하고 확장하려는 데 있다.

무더위로 자칫 무기력해지기 쉬운 요즘, 설치미술의 창작성과 작가의 구성의도를 감상해봄으로써 무의식 속 잠재된 DNA의 원시성을 일깨워 새로운 삶의 활력의 에너지로 삼아도 좋을 듯 싶다.

◇정혜숙 야외공간 Spot1 설계

1층 야외공간에 설치된 정혜숙의 '필리핀 버드'는 도심생활에서 잊고 있던 자연의 일부를 휴식공간으로 조성한 작품이다. 길 가던 사람이 낯선 새소리를 따라 광장에 설치된 몽골 텐트 '게르'에 들면 자연스럽게 필리핀에서 온 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관객 참여활동을 통해 잊었던 자연의 존재를 상기하게 만든다.

이후 다른 동선을 따라 2층 '유리상자-아트스타'에서 새가 없는 새 휴식처를 선보이는 작가의 다른 작업 '조감도'와 1층 출입구에서 만나는 거대한 비둘기 가슴 털을 연상시키는 수백가닥의 비닐 끈이 흩날리는 설치작품을 만나게 된다.

◇한호 실내공간 Spot2 설계

빛을 통한 인간과 자연의 매개행위로 지름 80cm 공의 표면에 별, 새, 나비, 물고기, 동물 등 이미지가 그려져 있고 공 내부의 광원과 느리게 도는 공의 움직임을 따라 환영처럼 벽과 바닥에 이미지 그림자가 반복적으로 발현된다. 작품 제목 '영원한 빛-천지창조'와 어울리는 키네틱 아트이다.

◇정지현 실내공간 Spot3 설계

생존을 위해 시위하는 시골 노동자들의 몸짓에서 현대사회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단면을 포착한 작가는 회화 30여점을 1전시실에서 보여주고 있다. 최근작 '그 사람들 ver2-불편한 기술'시리즈로 자연에서 배변하는 행위, 노동행위, 일상 풍경 등을 주제로 그렸다. 그의 작품은 일상 풍경의 선입견 속에 감추어진 낯선 시각을 느끼도록 설계됐는데 이로 인해 그의 드로잉과 회화는 공간 드로잉 혹은 설치미술로 구현될 수 있는 연극적 상황을 발견할 수 있다.

◇김재경 실내공간 Spot4 설계

2전시실에서 만나는 김재경의 작업 '산책'은 독특하다. 마치 드로잉로부터 설치미술로, 설치미술로부터 드로잉으로 바뀌는 듯 설계하는 행위의 흔적들이 역력하다. 동네 작은 공원을 비롯해 일상의 장소와 새로운 세계의 경험, 그 행위 속에서 여유와 풍경을 접목할 수 있는 내면의 즐거운 감수성을 함께할 수 있다.

산책길에서 만나는 '날개 달린 사람' '걷는 사람' '쉼표 또는 말풍선' 등은 설치미술의 요소로 등장하는 이미지와 흡사해 관객은 그 풍경 안에서 즐겁고 편안함을 보장받는다.

◇유리상자-아트스타 11년 설치미술 기록

2층 로비 벽에 설치한 70점의 전시기록 이미지는 2006년 말부터 2018년 현재까지 아트스페이스의 '유리상자' 전시에 참가했던 작가들의 태도를 기억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외 이번 기획전 중에는 1회 1만원의 참가비로 '전시 연계 예술가처럼 생각하기' 워크숍과 매주 금요일(오후 5시~오후 8시)관객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기획전은 다음달 11일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 문의 053)661-3500

한호 작
한호 작 '영원한 빛-천지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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