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波刀
구부러지는 길목을 두고
떠다니는 것들 날을 간다,
벼린 날을 갈며
그늘에 벼리고 베인 물이랑들이 한없이 거세어진다
물줄기의 향방에 아랑곳하지 않고
제 몸 상처로 물결을 이끌고 내몰아서 지느러미를 이루어 낸다
어차피 밀물과 썰물의 교대는
공간너머 시간의 터울 속에 이루어지는 원리니까,
수평선을 깔고 오는 붉어짐 속에서
벼랑어깨 위 축축한 것들이 말라가는 것을 지켜보며
곡선의 부유浮遊권을 암시하듯
해송 옆, 가지들 되돌아온 해풍에 추적추적거리며
파도의 노도怒濤를
집요하게 지새우며 지켜보았다.
서둘러 낮달의 낯빛을 비추는 무렵
길목을 거스르는 파도波刀 휘두르고 있는 연유다
오후는 저물어지고
새벽의 항로는 정처 없이 깊어져서
곡선의 눈부심이 되었다.
물살에 박힌 가벼운 날로 귀밑머리 무늬에 묻혀
삼켜진 것들은 투명하지만 차갑고 날카롭지만 처량하다
이제 파도波刀라 밑줄 긋고 나면
켜켜이 풀어놓는 숨비소리가
듷숨과 날숨의 표류하며 소용돌이친다
비수를 품은 엽선들이 숨줄을 틔우고 있다
시 – 최병길 '파도(波刀)' - 당선소감

저에게 이런 큰 상을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시를 쓴지 거의 20십여 년 만에
이런 상을 받으니 과연 이 상을 받아도 될지 무안한 마음만 듭니다.
제가 이 상을 타기에는 저의 시는 좀 진부하고 낡았지만
이렇게 좋게 보시고 뽑아주신데 대해 무엇보다도 심사의원이하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 분들이 없었으면 이런 기쁨을 누리지 못했겠지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며칠 전 갑작스레 이런 귀하고 영예로운 연락을 주시니 제겐 너무나 충격이었습니다. 아마 이것은 하늘의 뜻이라 여기고 앞으로도 열심히 시를 쓰겠습니다.
언제나 시는 제게는 오랜 갈증이었고 늘 시를 쓸 수 있다는 것이 기쁨이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시에 대한 애착이 있었으나 어느 순간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시를 놓았습니다.
뒤늦게 쉰이 넘어서야 조금씩 시를 쓰게 되고 특히 문학상을 탄 시들을 즐겨 읽었고 언어의 놀라움을 깨닫곤 했습니다.
늘 어려울 때나 힘들 때 제게 알 수 없는 큰 힘이 되어주었던 시가 이렇게 무한한 영광까지 주니 무어라 말씀을 드리지 못하겠습니다.
저보다 훌륭한 시를 쓰신 분들에게 죄송스럽지 않도록 앞으로도 시를 계속 쓸까 합니다.
사랑하는 아들 딸 손자 그리고 사위들에게 자랑하게 되어서 무엇보다도 기쁩니다. 생이 다하는 날까지 시를 쓸까합니다. 감사합니다.
2018. 6. 20 최 병 길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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