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마음과 말

입력 2018-07-28 05:00:00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김노주 경북대 영어영문학과 교수

사람에게서 몸을 빼고 나면 무엇이 남을까? '마음'이다. 마음은 몸이라는 그릇에 담긴 정신 또는 의식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때로는 아프고,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허전하고, 때로는 기쁘다. 보이지 않아서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귀중한 우리 몸을 이리저리 몰고 다닌다. 그래서 '내 마음 나도 몰라'라고 탄식할 때가 많으며, 같은 이름의 가요와 영화까지 나왔었다.

보이지 않는 마음은 어떻게 표현되는가? 말과 행동을 통해서다. 몸짓, 표정 등과 같은 행동은 보조 수단이며 마음을 표현하는 주된 도구는 말이다. 그래서 철학자 라이프니츠(Leibniz)는 말을 '마음의 거울'이라 했고, 언어학자 촘스키(Chomsky)도 그의 글을 인용하면서 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렇듯 보이지 않는 마음을 극명하게 드러내 주는 것이 말인 것이다.

마음과 말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표현이 많은데, 그중에서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는 한자어를 살펴보자. 예로부터 사람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아왔던 말이다. 신(身)과 언서판(言書判)으로 구성되어 있다. 몸과 그리고 마음이 지닌 능력 3가지를 중요도에 따라 열거한 것이다. 몸이 없으면 언서판(言書判) 자체가 불가능해지므로 신(身)을 최우선시할 수밖에 없었다. 몸을 제외한 마음의 3가지 능력, 즉 말하기, 글쓰기, 그리고 판단력 중에서는 말하기를 제일 앞자리에 두었다. 이처럼 마음과 말, 그중에서도 말의 중요성은 예부터 늘 중시되어 왔던 것이다.

마음과 말, 이것은 개인과 집단의 흥망과 성쇠를 좌우하며, 행복에 이르는 수단이며, 생존을 위한 도구이다. 학생들에게는 공부를 잘하는 비결이 된다. 언어 과목뿐만 아니라 외국어, 사회 및 과학 탐구, 그리고 수학까지 몽땅 '언어'로 작성된 과목들을 공부하고 있지 않은가? 마음을 편하게 하는 법, 자신의 주장을 펴는 법, 남을 설득하는 법, 장사를 잘하는 법, 유머와 위트로 사랑을 받는 법과 같은 세상사 모든 것이 결국 마음과 말인 것이다.

그런데 마음과 말이 항상 친하다면, 그래서 같이 간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문제다. 말이 마음의 거울이 되는 것은 말을 하는 사람이 진실을 말할 때에만 그러하다. 현실에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말은 들리지만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남이 듣는 말은 조심하면서도 남이 볼 수 없는 마음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래서 마음과 하는 말이 다른, 다시 말해서 거짓을 말하는 상황에 처할 수가 있다.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한 선의의 거짓말, 즉 예법(禮法)을 지키기 위한 거짓말은 도리어 권장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악의적인 거짓말은 절대 삼가야 한다. 그러한 행위를 반복하다 보면 결국 진실한 삶을 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스로를 경계하여 마음과 말이 따로 노는, 즉 악의적 거짓말을 하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

사정(思正), 바른 것을 생각하고, 언정(言正), 바른 것을 말하는 것이 그러한 상황을 피하는 길이다. 그리고 바르게 표현한 것을 실천까지, 즉 행정(行正)까지 하면, 가히 성인(聖人)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철학자 신오현은 '선(禪)을 한다'는 것은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되도록 부단히 정진(精進)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러한 의미에서의 선(禪)은 모든 이가 추구해도 좋은 삶의 지향점이 될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