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도 꿈은 있었다/『2018 제 42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문학과 지성

입력 2018-07-18 18:47:51

이다안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2018년 이상문학상 대상작으로 손형규의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가 선정되었다. 작가 손홍규는 2001년 단편 『바람 속에 눕다』로 작가세계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단편소설집 『사람의 신화』, 『봉섭이 가라사대』, 『톰과 톰은 잤다』, 『그 남자의 가출』 장편소설 『귀신의 시대』, 『청년의사 장기려』등이 있으며, 노근리 평화문학상, 백신애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채만식문학상을 받았다.

2018 '이상문학상' 작품집은 40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절반 이상이다. 젊은 시각은 실험적이며 독특한 기법으로 서술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 어떤 작품은 작가의 의도를 읽어내기 어려운 것도 있었다. 그나마 이 책은 심사위원의 입상작 선정 경위와 심사평, 작가론과 작품론 그리고 수상 소감까지 함께 수록하여 독자들에게 매우 훌륭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대상작 손홍규의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는 서민들의 고단한 삶을, 한 부부를 통해 그려내고 있다. 폭력적 훈육으로 서로에게 등 돌릴 수밖에 없었던 한가정의 모습을 꿈이라는 명제를 가지고 서술한다. 3부로 구성된 이 소설은, 1부는 남편의 시점, 2부는 아내의 시점, 3부는 남녀가 결혼하기 전 남자와 여자의 3인칭 시점으로 기술되었다. '꿈을 꾸었다'가 아닌 '꿈을 꾸었다고 말했다' 로 과거 기억 속의 회상을 꿈을 꾸듯 처리한 독특한 기법이 새롭다

검은 상복의 상장을 두른 청년이 동네 토박이인 불한당들로 떠들썩한 술집으로 들어오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술집에서 불한당과 청년, 이들을 지켜보던 한 사내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누군가를 상실한 사람들이 가장 비참하게 돌이켜보는 건 그이를 상실할 줄 몰랐기 때문에 무심코 떠나보내던 순간의 자신이었다." (P57)

이야기의 시작을 1부의 마지막 부분, 가슴의 통증으로 쓰러져 가고 있는 남편을 아내는 모른척하고 집을 나서는 것에서부터 봐도 무방하다. 사업 실패 후 치매 노모는 여동생이 모시게 되었고, 가정의 경제를 담당하게 된 아내는 더 이상 요리를 하지 않았고, 폭력적인 훈육으로 아들은 집을 나가 어디에 있는지, 딸은 연락도 되지 않는다. 가족 간 소통의 부재는 결국 상실이자 슬픔이었다. 남편은 통증을 가라앉히며 꿈을 꾸듯 술집에서 만난 청년을 통해 젊은 날의 자기 자신을 만난다. "내가 온 힘을 다해 걸어왔던 길고 긴 시간들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 찰나에 가까웠던 짧고 허망했던 그 순간들만은 왜 이토록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일까?"며 폭력을 아프게 반성한다.

'이상문학상 작품집' 은 내게 있어서는 매년 읽는 필독서다. 책이 나오길 해마다 기다리고 있다. 해마다 수상 작품집을 읽어오면서 단편소설의 매력에 빠쪘다. "소설을 깊이 사랑하는 자는 소설을 깊이 의심하고 증오하는 자"라는 수상 소감의 말을 떠 올려본다, 결코 가벼운 책이 아님이 분명하지만 입에 맞는 밥 한 그릇 맛있게 먹은 그런 느낌이다. 폭염으로 숨이 턱턱 막히는 요즘 북 카페에서 맛있는 밥 한 그릇 먹어보자.

이다안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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