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으로 생활 속 무인자동화 가속도 높여

입력 2018-07-18 17:24:26 수정 2018-07-18 20:39:48

#주부 문모(39) 씨는 지난주 평일 오후 9시쯤 대구 북구의 한 대형마트에 갔다가 못 보던 기기를 봤다. 계산대 한쪽에 무인 계산기가 있었다. 직접 각 상품의 바코드를 기기에 입력하자 지급해야 할 금액이 화면에 표시됐다. 신용카드를 꺼내 결제하니 영수증이 나왔다.

#대구 달성군에서 창호 부품을 만드는 한 업체는 올해 생산현장에 로봇을 도입했다. 생산과 조립, 검사 등 여러 공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자동화를 한 것이다. 고용을 늘리지 않고도 생산량이 20%가량 늘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매출도 40억원에서 10억원이 더 늘 것으로 전망했다.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일상생활과 산업현장 곳곳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편의점과 주유소, 마트 등지에서 인건비 절약을 목적으로 한 무인(無人)자동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생산 공장에서는 자동화 설비가 도입되는 등 사람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달라지고 있다.

이마트24는 올해 교육부와 협동으로 미래형 편의점 연구에 참여해 대학에 강좌를 열었다. 이를 통해 최근 3개 팀의 아이디어를 최우수로 선정했다. 내용을 보면 고객의 음성을 인식해 제품을 추천하는 자동판매기를 설치하거나, 매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고객의 움직임과 체류시간 등을 분석해 맞춤형 제품을 알려주고 결제까지 돕는다는 것이다. 이마트24는 아이디어를 실제 매장에 적용할 계획이다.

신세계뿐만 아니라 롯데 등 국내'외 유통업체들은 로봇과 인공지능, 정보통신기술 등을 활용한 무인자동화에 나서고 있다. 롯데는 일부 백화점에 무인 쇼핑 서비스를 도입했고, 편의점(세븐일레븐)에도 무인계산대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선 올해 초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시애틀에 무인 마트 '아마존 고'를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매장에서 앱을 켜고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으면 자동으로 계산되는 시스템이다.

실제 최근 최저임금 인상 이슈로 인해 무인자동화기기 회사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자동화기기 사업을 하는 로지시스와 무인주차장 사업을 하는 한국전자금융의 주가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7일까지 각각 48.9%와 17.3% 올랐다.

직원 수를 최소화하는 셀프주유소도 늘어나고 있다. 한국주유소협회 대구지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기준 대구에서 영업하는 주유소 366곳 중 셀프주유소는 34.7%인 127곳이다. 특히 최근 들어 급증했다. 2016년 말 28.5%(382곳 중 109곳)였던 셀프주유소는 지난해 말 31.6%(370곳 중 117곳)로 증가했다.

제조업종에서도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제조업용 로봇 생산액이 2014년 2조2천979억원에서 2016년 2조6천687억원으로 16.1%가 증가했다. 제조업용 로봇을 품목별로 보면 이'적재용 로봇이 가장 많고, 기타 제조업용 로봇과 조립'분해용 로봇, 용접용 로봇 등이 뒤를 이었다.

김용현 대구경북연구원 일자리정책연구팀장은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경제구조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기술 흐름 속에 최저임금 인상 충격이 더해져 노동집약도가 높은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무인자동화의 속도가 높아진 것"이라며 "특히 자영업 등 서비스업 비중이 큰 대구의 경우 '직원 없는 상점'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의 여파가 더 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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