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소식에.. 지역 자영업자들 날벼락

입력 2018-07-16 17:29:39 수정 2018-07-16 19:51:17

대구 동구의 한 카페는 지난달 커피 1천600만원어치를 팔았다. 해당 카페는 상업지구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평일 점심시간이면 식사를 마친 직장인 손님들로 붐비는 곳이다. 최근 날이 더워지며 커피 판매량도 늘었다.

속사정은 다르다. 해당 카페 점주 이모(29) 씨가 지난달 손에 쥔 돈은 120만원에 불과하다. 인건비 등 고정비용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가게 임차료 200만원과 아르바이트생 4명에게 지급한 인건비 410만원, 프랜차이즈 가맹비와 식자재값 등을 더하니 고정비용만 1천480만원에 달했다.

점주 이 씨는 "내년 최저임금이 오르면 순이익은 월 80만원도 안된다. 카페업계 비수기인 겨울이 되면 적자를 면치 못할 것"이라며 "올해 중으로 가게를 정리하고 아르바이트나 할 생각"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전년 대비 10.9% 인상된 8천350원으로 결정되면서 지역 상권에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대구의 경우 유독 자영업자 비중이 높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까지 크게 늘 것이라며 줄폐업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정모(54) 씨는 올해 초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르바이트생을 6명에서 4명으로 줄였다. 현재 정 씨는 평일에는 10시간, 주말에는 14시간씩 일하고 있다. 주 근로시간은 70시간을 훌쩍 넘긴다.

퇴직금으로 편의점을 차린 정 씨는 생계유지를 위해서는 인력 추가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하소연했다. 정 씨는 "현재 매달 23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 매일 10시간 이상 일하는 대가치고는 적은 금액이지만 창업에 든 투자비용을 생각하면 섣불리 폐업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내년에 직원 1, 2명을 더 줄이면 근로시간은 더 늘어난다. 몸이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생존을 위해서는 업종별로 최저임금에 차등을 두는 등 보호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같은 최저임금과 근로시간이라도 대기업과 자영업자가 느끼는 부담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주장했다.

대구 들안길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1·여) 씨는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의 이익을 근로자들에게 베풀어 소득주도성장을 이룬다는 취지를 담고 있는데 정작 가장 큰 피해는 같은 서민인 자영업자가 보고 있다. 이대로면 지역 가게 상당수가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영세 자영업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