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북유럽 이민정책의 오해와 이해

입력 2018-07-16 11:28:03 수정 2018-07-18 01:22:58

최희경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최희경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최희경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

북유럽 이민정책 보수 우경화 논란
과거보다 엄격해도 포용주의 유지
가족주의·납세윤리 문화권별 차이
감정적 혐오 아닌 합리적 정책 필요

최근의 제주 난민사태를 계기로 북유럽 이민정책이 새삼 우리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기사들은 주로 북유럽의 난민 규제와 보수 우경화에 초점을 두고 한국 상황을 빗대고 있는데, 그 논리와 해석에 오해의 소지가 있다.

북유럽은 19세기 산업화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이며 약 100년간 포용주의 이민 노선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1970년대에 비서구권, 즉 남미·중동·아프리카 등에서 분쟁과 내란을 피해 난민들이 유입되며 분위기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에 무슬림 난민 수가 급증하고 2015년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 사태로 그 규모가 정점을 찍으면서 북유럽에도 국경 통제와 난민 심사가 강화되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북유럽 이민정책은, 지난해 US News & World Reports에서 발표한 바와 같이, 여전히 지구상에서 이민자들에게 가장 우호적이다. 난민들에게 제공되는 공공서비스는 무상의 언어교육·정규교육·직업교육, 낮은 비용의 임대주택, 무료에 가까운 의료혜택은 물론이고 떠나온 모국의 언어·종교·문화를 보존토록 하는 지원에까지 이른다. 무슬림 종교 계통의 사립중고등학교를 설립할 경우, 일반 사립학교 설립에서와 같이 정부로부터 약 75%의 재정을 지원받는다. 스웨덴은 국가예산으로 무슬림 종교지도자까지 양성하고 있다. 이 모든 프로그램은 난민들이 장차 시민으로서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에 근거하지만 이 기대가 다시 갈등의 기점이 되기도 한다.

필자가 현장조사에서 확인한 이민 갈등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가족주의와 사회교육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다. 북유럽 아이들은 이르면 생후 6개월부터 보육원이나 유치원 등에서 돌봄과 교육을 받는다. 육아는 가족을 넘어 사회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문화권에서는 '내 아이는 내가 키워야 한다'는 전통 가족의식이 강하다. 이민가정의 사회보육시설 이용률은 60%로, 북유럽가정의 95~98%에 크게 못 미치는데 결국 난민아동은 북유럽 언어 습득과 학습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최근 덴마크 정부가 난민아동을 대상으로 강압적인 육아교육제도를 실시하면서 또 다른 갈등이 되고 있다.

둘째, 근로와 납세에 대한 관점이 다르다. 북유럽 제도는 자발적 노동윤리, 그리고 조세제도에 대한 높은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된다. 각종 복지수당은 개인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노동시장으로 돌아와 일하고 세금을 내라는 의도이며 웬만큼 질환이 있거나 장애가 있어도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세금을 내는 것이 상식이다. 그러나 부당한 공권력을 겪고 피해 온 난민들이 수당에 안주하지 않고 낯선 일자리를 수용하며 정부와 조세제도를 신뢰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사회문화적인 차이와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스웨덴의 공식 여론조사에서와 같이 여전히 시민 다수는 난민을 포함한 이민자들에게 긍정적이다. 필자가 만난 이들도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를 경계했으며 주변의 긍정적인 이민 사례를 들며 난민에 대한 기대를 보여주곤 했다. 다만 북유럽 이데올로기의 다양성과 비례대표제도의 특성상 나라마다 십수 개의 정당이 의회에 진출하고 매번 여러 정당 간의 연합정권 형성이 불가피한데, 극우정당의 연정 참여가 실제 시민들의 바람 이상으로 이민정책 보수화를 확대시키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이민자 비율도 낮고 정책적인 준비도 아직 부족하다. 높아진 국민소득과 그간 세계화·국제화를 외쳐온 국가정책이나 기업문화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가장 관대한 북유럽 이민정책을 기준으로 보수화의 논리를 구하는 것은 적합지 않아 보인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혜를 모으고 합리적인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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