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견공애사(犬公愛史)

입력 2018-07-16 05:00:00

조향래 논설위원
조향래 논설위원

30년 전 88올림픽이 열렸을 때 '한국 사람들은 개고기를 먹는 야만인'이라는 서양인들의 비난에 국민들의 심기가 불편한 적이 있었다. 동물을 사랑한다는데야 할 말이 없지만, 따지고 보면 이 또한 문화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논란이었다. 서양의 백인들은 개를 가족 이상의 친밀한 동물로 여긴다. 그러나 지난날 우리 민족에게 개는 어디까지나 가축이었다.

문화 인류학자들은 '모든 문화는 각자 고유한 가치를 지니며, 누구도 그 가치의 우열을 논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나아가 다른 민족의 존엄성과 생존권을 동물의 행복권보다 더 경시하는 것을 편견(偏見)이자 위선(僞善)이라고 주장한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노예사냥을 하고, 베트남 전쟁터에 폭탄을 퍼부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도 백인 가정의 견공(犬公)들은 향기로운 욕탕에 몸을 담그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며 호의호식했다는 것이다. 지금도 잘사는 나라와 부잣집 '개님'들은 가난한 나라와 집안의 사람들보다도 더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역사상 동양권에서도 '개 팔자 상팔자' 시절이 없었던 건 아니다. 청(淸)나라를 세운 누르하치가 개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다는 일화 때문에 중국의 만주족들은 개를 극진히 우대했다고 한다. 개띠였던 도쿠가와 막부의 5대 쇼군 쓰나요시가 아들을 얻기 위한 살상금지령을 발표하면서 일본 열도에서도 한때 견공천하(犬公天下)가 도래한 적이 있다.

개고기 식용 문화 또한 한 사회의 경제적 조건과 공동체 문화나 신앙, 역사의 반영인 것이다. 중동의 국가와 민족들이 돼지고기 취식을 터부시하거나, 보신탕을 두고 천주교와 불교계의 입장이 극명하게 상반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생활의 도시화와 서구화로 우리 사회에도 애견문화가 넓게 자리하고 있다. 문제는 요즘같이 날씨가 무더워지면 애완견을 둘러싼 아파트 이웃 간 층간 갈등이 빈번하고, 공원에서는 애완견 목줄 채우기 문제로 행인 간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이다. 문득 현 정권이 가장 즐겨 쓰는 슬로건이 떠오른다.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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