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살 만한 도시를 만드는 문화예술

입력 2018-07-12 16:00:07 수정 2018-10-12 17:37:31

한윤조 특집부 차장
한윤조 특집부 차장

"문화는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가?" 올해 프랑스 중등교육과정 졸업시험인 바칼로레아 문화 계열 응시자들에게 출제된 문제다.

문화란 인간의 창의적이고 지적인 활동의 결과물이자, 그 사회의 가치관이 반영돼 공유하는 삶의 방식을 일컫는다. 그리고 그 문화를 형성하는 근간이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예술'이다.

최근에는 이런 문화 예술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문화 예술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각종 편견과 불신의 장벽에 가로막혀 '혐오'라는 단어가 팽배하고 있는 요즘 연령 간, 성별 간, 인종 간 보다 쉬운 이해와 소통의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다양성을 확장해 나가는데 문화 예술만큼 좋은 것이 없다. 이 때문에 정부는 물론이고 각 지방자치단체들까지 앞다퉈 문화 예술 활동을 장려하고 지원에 앞장서고 있다.

시멘트벽으로 둘러싸인 잿빛 도시 속, 자신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의 황량한 가슴속에 꽃을 피워 내는 역할을 하는 것도 바로 문화 예술이다.

옛날 프랑스의 '살롱'이 문화와 지성의 산실 역할을 하며 남녀와 노소, 신분과 직위를 가리지 않고 여가를 즐기며 토론하며 교제하는 공간이었다면 오늘날의 카페와 공연장, 전시장이 이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예술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의 폭을 넓힌다. 최근 도시 공동체 복원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문화 예술'의 역할이 도드라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일 것이다. 대구는 예로부터 문화 예술 기반이 탄탄한 도시로 손꼽힌다. 대구는 한국전쟁 당시 피란기 예술의 도시를 거쳐 지금은 공연 문화 및 축제의 메카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매일 수많은 공연과 전시가 쉴 틈 없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런 수많은 공연들 가운데 유독 눈길을 끄는 작은 축제가 있다. 바로 10년째 이어지고 있는 전문예술단체 공간울림의 '서머 페스티벌 인 대구'다.

공연 비수기인 대구의 여름을 채워주는 이 축제는 지자체나 기관이 주도하는 것이 아닌 민간 축제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다. 몇 년간 지원금을 받기도 했지만 10년 세월 중 상당 부분을 자체 비용으로 축제를 진행해왔다. 문화 예술계에 대한 정부 지원이 늘면서 자생력을 잃었다는 비판을 받는 요즈음, 스스로 자생력과 지속 가능성을 증명해 보인 축제이다.

이 축제를 기획한 공간울림 이상경 대표는 "유럽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부러웠던 것이 마을 단위의 작은 축제였다"면서 "시민들이 순수 예술을 즐기면서 여유로운 여름 휴가를 보낼 수 있는 문화공동체를 위한 마을 축제를 열자고 마음 먹은 것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가 꿈꾼 것은 예술을 통한 공동체의 회복이었다. 함께 무대를 즐기고 이야기를 나누는 열린 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그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들이 공연료를 받지 않고 기꺼이 무대에 서고, 소액 기부를 하면서 그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다. 올해는 '위풍당당, 영국을 만나다'는 주제로 7월 14일부터 22일까지 다채로운 무대를 만날 수 있다.

'지방이라 문화생활을 즐기기가 어렵다'는 푸념만 하지 말고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한번 둘러보자. 굳이 값비싼 유명 공연을 찾아가지 않아도 소박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예술이 곳곳에 즐비하다.

그리고 당신의 작은 관심과 참여가 문화 예술을 살찌게 만들고 우리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갈 것이다. 문화는 분명 우리를 보다 인간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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