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대구경북] <2>정치적 무능이 경제적 빈곤 불러

입력 2018-07-11 10:11:56 수정 2018-07-11 15:19:12

대기업 유치·소상공인 살리기…국회의원이 적극 나서라

지역 한 대학이 실무능력 향상과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한

대구경북 경제 상황은 그야말로 최악이다. 각종 지표에서 전국 꼴찌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경제 견인의 선봉에 서야 할 정치권이 사분오열돼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지역 경제가 회생하려면 현실을 제대로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는 작업이 '리셋'의 첫걸음이 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구의 1인당 GRDP가 10년째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자료 추경호 의원실
지역 한 대학이 실무능력 향상과 취업 역량 강화를 위해 마련한 '현장실습 매칭박람회'에 참석한 대학생들. 매일신문 DB.

◆처참한 대구 경제 현황

최근 대구의 1인당 GRDP가 지난 10년간 전국 꼴찌였다는 자료가 공개돼 주목된다. GRDP란 지역내총생산(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 : GRDP), 즉 일정 기간에 일정 지역 내에서 새로이 창출된 최종생산물 가치의 합을 말한다. 각 시 · 도 안에서 경제활동별로 얼마큼의 부가가치를 생산했는가를 나타내는 경제 지표이다. 1인당 GRDP는 시'도별 인구로 나눈 금액이다.

지표는 지역별 경제 상황을 파악하고 비교하는 데 이용된다. 하지만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대구는 지난 10년간 전국에서 가장 생산력이 떨어진 곳이란 사실이 드러난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2007년부터 10년간 통계청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대구의 1인당 GRDP는 2007년 1천385만 원에서 2016년 2천15만 원으로 630만 원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 반면 전국 평균은 같은 기간 2천143만 원에서 3천192만 원으로 1천49만 원이나 늘었다.

조사 기간 동안 대구의 1인당 GRDP는 10년째 전국 16위, 다시 말해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2008년 1천430만 원, 2010년 1천556만 원, 2012년 1천734만 원, 2014년 1천880만 원 등으로 매년 소폭 상승했으나 전국 평균 상승률에는 크게 못미쳤다.

1인당 GRDP 상위 지역과의 격차는 해마다 더 벌어졌다. 2016년 경우 대구의 1인당 GRDP는 2천15만 원으로 전국 1위를 차지한 울산 6천96만 원의 3분의 1수준이었다.

시'도별 경제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난 10년 동안 시'도별 GRDP를 살펴보면 대구는 이 기간 동안 전국 10위권에 들어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역 경제성장률도 바닥권이다. 지난 2007년 대구는 4.0%의 경제성장을 기록해 전국 15위였으나 지역 출신 인사가 정권을 잡은 2012년 2.7%로 7위에 올라섰다. 이어 2013년에는 4.6%를 기록, 처음으로 전국 4위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2015년에는 10위(2.6%)로 떨어졌고 2016년에는 -0.1%를 기록하면서 다시 전국 꼴찌로 추락하는 등 대구의 경제성장률 그래프는 롤러코스터를 방불케 한다.

대구에서 열린 현대 기아자동차 협력사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을 희망하는 중년과 청년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매일신문 DB
대구의 1인당 GRDP가 10년째 전국 꼴찌를 기록했다. 자료 추경호 의원실

◆미래도 암울한 경제지표

지역 생산력이 전국 최저인 상태에서 고령화지수가 급속도로 높아지는 등 생산가용인력도 줄어들고 있다. 생산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사라지는 악순환 역시 고착화된 게 지표상에 그대로 드러난다.

대구의 노령화지수(유년인구에 대한 노년인구 비율)는 2007년 48.8%에서 2018년 114.9%로 급증했다. 2007년에는 전국 평균 54.6%보다 낮았으나 올해는 전국 평균보다 1.1% 포인트 높아 전국에서 노령화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나는 지역으로 나타났다.

경북 상황도 비슷해 2007년 89.6%이던 노령화지수가 올해 159.7%로 껑충 뛰어 올해 기준으로 전국에서 전남(175.4%) 다음으로 가장 높은 노령화지수를 보였다.

영주시 평은면 양지암마을에 사는 강계분(88) 할머니가 읍내에 나가 살고 있는 딸을 기다리며 상념에 잠겨 있다. 이곳에는 80대 이상 어르신 6명만 살고 있어 마을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 매일신문 DB
대구에서 열린 현대 기아자동차 협력사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을 희망하는 중년과 청년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매일신문 DB

이 같은 생산가용인력 감소라는 구조적 상황 속에 높은 청년실업률과 낮은 고용률은 지역 경제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하고 있다.

대구의 올해 고용률은 58.8%로 전국 15위에 머물렀다. 전국 평균보다도 2% 포인트 낮았다. 반면 실업률은 지난 11년 동안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대구의 경우 지난해 실업률은 4.0%로 전국에서 네 번째로 높았다. 지난 2007년 실업률은 전국 6위였으나 2010년과 2016년엔 전국 3위까지 오르는 등 5위권 밖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15~29세 실업자 통계를 나타내는 청년실업률의 경우 대구는 올해 1/4분기 14.4%로 전국 2위를 차지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1위는 16.6%로 사상 최고 청년실업률을 기록한 경북이어서 악화된 지역 내 경제 상황을 그대로 드러냈다.

대구 청년실업률은 2014년과 2016년부터 2년간 전국 1위를 놓치지 않은 등 '청년 일자리 지옥'이란 별명까지 붙어 인구 유출 가속화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청년실업률 표. 자료 추경호 의원실
영주시 평은면 양지암마을에 사는 강계분(88) 할머니가 읍내에 나가 살고 있는 딸을 기다리며 상념에 잠겨 있다. 이곳에는 80대 이상 어르신 6명만 살고 있어 마을이 소멸 위기에 처했다. 매일신문 DB

▶추경호 "침체 벗어나려면 정치권·경제계 힘 모아야"

지역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음에도 정치권에선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같은 지역 국회의원끼리 당이 다르다고 신경전을 벌이기 일쑤고, 같은 당이라도 계파 간 이견을 보이면서 결속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시급한 예산 확보 문제만 보더라도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맞댄 자리에서 설전을 벌이다 아예 함께 자리하지 못하겠다면서 일부 의원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는 볼썽사나운 장면까지 연출됐다.

그러는 사이 대구국제공항·취수원·대구시청사 이전 등 굵직한 지역 현안을 위한 추진력은 소실되고 있다.

추경호 의원은 10일 "그동안 경제 환경과 산업구조의 급속한 변화에 정치권과 경제계가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고 지역발전 전략도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한 것이 지역경제 침체의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 수년간 대구시가 중점 추진해 온 첨단의료·전기자동차·물산업 등 신산업분야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고 전통산업인 섬유산업도 고부가가치산업으로 키울 수 있는 만큼 모두가 지혜를 모은다면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배근 동국대 교수는 "일자리 창출과 생산력 증대를 위해서는 결국 대기업 유치가 지역 발전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업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강화 등 지자체가 기업 유치에 성공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유치된 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인력 개발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기 경북대 교수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살리는 민생경제 정책 도입을 주장했다. 그는 "자영업자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공동으로 상생·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며 "중소기업의 경우 지역의 산학 협력을 강화해 지역의 인재를 키우고, 이를 다시 중소기업이 인큐베이팅하는 선순환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실업률 표. 자료 추경호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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