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활동비가 국회를 흔들고 있다. 법원 판결에 따라 2011~2013년 국회 특활비 사용 내역이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활비 고액 수령 의원들의 이름도 나온다. 이들은 원내대표 등 국회직을 역임한 덕에 특활비를 많이 받았다. 그런데 해명이 재미있다. 국회 활동, 정책개발에 썼다는 해명은 당연하다. 하나같이 "개인적으로 쓰지 않았다"는 사족을 단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의 이른바 '집사람 비자금' 파문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이번 국회 특활비 공개의 일등공신(?)은 사실 홍 전 대표이다. 홍 전 대표는 2015년 '성완종 리스트'가 불거지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에 몰렸다. 성 전 회장 유서에 '홍준표 1억원'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기탁금 출처가 그 돈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당시 경남지사이던 홍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올렸다. 여당 원내대표일 때 월 4천만~5천만원씩 받은 국회대책비 중 남은 돈을 집사람에게 주었고 그 돈을 모아 집사람이 비자금을 만들었다는 요지였다. 나비의 날갯짓이 태풍이 된다고 했던가. 국회 특활비가 개인 주머닛돈이냐며 시민단체가 특활비 공개를 청구한 계기가 되었다. 대법원까지 거치는 우여곡절 끝에 공개된 후폭풍은 거세다. 여론을 의식한 정치권이 어떤 형태로든 개선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나중에 처음 해명이 잘못 전달되었다고 한 홍 전 대표로서는 다소 개운치 않을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홍 전 대표가 한 가지 정치개혁의 단초를 제공한 건 분명하다. 결과만 놓고 보면 박수 받을 일이다.
의원들이 내놓는 해명에는 다른 문제가 드러난다. 특수활동비는 '정보 및 사건 수사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을 하는 데 있어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경비'를 말한다. 특활비는 따라서 의원들의 해명처럼 위원회 운영 등 일상적 활동에는 사용할 수 없는 돈이다. 기본적으로 국회는 수사, 정보 혹은 그에 준하는 '특수활동'을 하는 기관이 아님은 말할 나위가 없다. 시민단체가 국회사무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 역시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 "국회가 공개를 거부한 정보에 국가안전보장, 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다고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기밀 유지가 필요하다고 볼 만한 내용도 없어, 공개하더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
특활비에 대한 정치권의 대책은 엇갈린다. 폐지를 주장하는 의원들이 있는 반면 보완으로 족하다는 의원들도 있다. 특활비를 사용한 의원들의 해명을 곧이곧대로 믿는다면 사실 국회는 기밀 경비가 필요하지 않다. 의정활동, 위원회 운영, 정책개발 등은 숨길 일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국민 앞에 널리 알려야 한다. 기본 경비나 업무추진비 등의 정상적 예산으로 편성하는 게 당연한 해결책이다. 그래도 특수활동비에 미련이 있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구석이 있기 때문 아니겠는가. 나라 예산에서 특수활동비는 연간 9천억원가량이나 된다. 엄청난 액수의 세금이다. 그동안 특활비라는 이름의 눈먼 돈으로 사라진 국민의 혈세가 얼마나 될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국회부터 주머닛돈 주무르는 데 맛을 들이고 있었으니 행정부, 사법부 등의 특활비를 견제할 생각조차 없었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들까지도 국정원 특활비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황이 아닌가. 국회부터 특활비를 없애고 필요한 경비를 투명하게 계상해야 한다. 당당하게 다른 부처의 모든 특수활동비 개혁을 요구할 수 있는 권위와 힘이 거기에서 나올 수 있다. 모처럼 국회가 국민의 큰 박수를 받을 기회가 왔다. 이번에도 기회를 놓치려나. 이번에는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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