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년 미중전쟁 시나리오/ 최윤식 지음/ 지식노마드 펴냄

입력 2018-07-07 05:00:00

전운 드리운 미국·중국 패권 암투, 최후 승자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 다툼이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저자는 결국 이 헤게모니 다툼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으로 진단했다. 대국굴기(大國崛起)를 과시하고 있는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 장면. 매일신문 DB
중국과 미국의 패권 다툼이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저자는 결국 이 헤게모니 다툼에서 미국이 승리할 것으로 진단했다. 대국굴기(大國崛起)를 과시하고 있는 중국의 전승절 열병식 장면. 매일신문 DB

'패권은 절대로 나누지 않는다' 국제정치학에서는 이미 상식으로 여겨지고 있는 학설이다. 과거 500년 동안 기존 패권국가와 신흥국가가 충돌한 16개 사례 중 12번이 전쟁으로 귀결되었다고 한다. 나머지 4개 사례도 전면전, 국지전 차이만 있을 뿐 군사적 충돌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제 지구상엔 17번 째 패권 전쟁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바로 미국과 중국 간의 세력 다툼이다. 중국은 과거 아시아에서 누렸던 중화(中華) 부활을 꿈꾸고,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지금의 헤게모니가 침해 받는 것을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전문가들은 양강(兩强) 구도에 기반한 양국의 경제·정치적 리더십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양국의 관계는 험악한 갈등과 대립 국면으로 바뀌었다. 앞으로 5년, 세계 패권을 두고 벌이는 미중전쟁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중국이 미국 추월'은 빗나간 예측=21세기 초 세계의 전문가들은 2020년을 전후로 중국이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도 2025년 이후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런데 이 예측이 들어맞을 확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왜 최고 전문가들의 예측이 빗나갔을까. 저자는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의 전제가 틀렸다'고 주장한다.

당시 대부분 예상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계속 낮아지고, 중국의 성장률은 20년간 연 8~10%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을 전제로 하고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판도변화를 예측하려면 이 전제에 대한 비판적 검토와 미중전쟁의 파급효과까지 고려해야한다.

이런 예측과 달리 현재 미국 경제는 위기에서 탈출한 이후 가장 강력한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또 중국이 영원히 성장할 것이라는 전제도 이제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더구나 중국이 상대해야 할 나라는 세계 최고의 기술과 경제적 능력을 가지고 정치군사적 패권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이다.

이런 모든 요소를 검토한 끝에 저자는 "미중전쟁의 결과로 중국은 30년 안에 미국을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단정한다. 나아가 미국은 경제전쟁에서 승리해 21세기 중반까지 미국의 패권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빠르면 전 세계가 경제 호황기로 진입하기 시작하는 2023년부터 미국의 황금기를 실감하게 될 것이라는 것.

◆7개 영역별로 미중전쟁 전략 분석=이 책은 미중전쟁을 7개 영역별(환율, 무역, 금융, 군사, 산업, 자원, 인재)로 나눠 미국의 공격 전략, 중국의 대비책과 약점 등을 분석하고 있다. 미국의 포위망을 돌파하기 위해 중국이 선택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과 시진핑의 장기집권이 미칠 영향도 예측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분석한 부분도 흥미롭다. 많은 사람이 트럼프가 중국을 향해 경제전쟁을 시작했다고 생각하지만 경제전쟁의 방아쇠를 담긴 나라는 중국이라는 것. 2008년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발하면서 미국 주도 경제 질서에 반발한 중국은 칼을 빼들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2010년 G20 정상회의에서 달러 기축통화는 과거의 유물이라며 '글로벌 기축 통화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 무역에서 위안화로 결제하는 나라들도 점점 늘려나갔다. 그리고 아시아와 아프리카, 유럽에 걸친 광대한 시장에 대한 중국의 지배력을 키우기 위한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해나갔다.

저자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는 2008년에 시작된 중국의 기축통화국 도전, 2013년 시진핑이 던진 승부수인 일대일로에 맞서 미국이 패권을 회복하고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필연적 선택이었다"고 해석하고 있다.

◆창조적 전술로 생존의 길 열어가야=한국은 미중전쟁과 직접 연관된 나라라는 면에서 가장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우리의 관심사는 양국의 패권 경쟁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다. 미국의 경제전쟁의 최종 목표는 중국이지만 무역 전쟁이나 통화 전쟁은 한국에 직격탄으로 날아올 것이 뻔하다.

어쨌든 저자는 '미중전쟁의 결과로 중국은 30년 안에 미국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미국이 기준 금리를 올리거나 경제 회복에 속도를 낼수록, 중국 산업자본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한국은 양국의 주도권 싸움에 휘둘릴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잃어버린 20년' 식의 장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한국의 생존을 위한 대안으로 북핵 해결과 남북 경협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 5년, 세계 패권을 두고 벌이는 미국과 중국의 전쟁은 새로운 경제, 정치 질서를 구축할 것이고 그 결과는 독이든 약이든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기'식 우울한 비관론만 늘어놓은 것은 아니다. 저자는 "미중 전쟁 중에 한국에게 뜻밖의 반전 기회가 열릴 수 있다"며 "이 때 간결한 목표와 상황에 따른 창조적 전술로 생존의 길을 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459쪽, 2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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