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정의 엄마가 말린 남미여행]<6>세상에서 가장 건조한 바다속 마을 '산페드로 데 아타카마'

입력 2018-07-05 05:09:00

샌드보딩할 때 흙뿌리 때문에 점프해서 위험하게 넘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샌드보딩할 때 흙뿌리 때문에 점프해서 위험하게 넘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경험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빛을 발한다.

산티아고에서 산 양념치킨을 아작아작 씹으며 칼라마로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렸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산 페드로 데 아타카마'다. 칠레 북부에 위치한 이곳은 인구 23만 명의 작은 도시다. 아타카마가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땅으로 불리는 이유는 동쪽의 안데스산맥을 넘어온 덥고 습한 공기가 남극에서부터 칠레를 타고 올라오는 차가운 서쪽 해류에 잡혀있다. 그 사이에 있는 아타카마 지역은 고도가 높아 뜨거운 공기만 남게 되었고 달의 표면과 같은 사막지형이 되었다. 늦은 오후에 칼라마에 도착 한 우리는 아타카마로 가는 버스를 알아봤지만 매진되어서 이동하지 못하고 숙소를 잡았다. 방에 짐만 놓고 밖으로 나와서 동네를 돌아다녔는데 다른 여행사에서 아타카마로 바로 떠나는 버스를 찾았다. 급하게 숙소로 돌아가 사정을 설명하고, 혹시 방값을 환불해 줄 수 있냐고 여쭤보았다. 그런데 주인이 환불은 해주고 싶지만 카드로 결제한 거라 환불할 방법을 모르겠다고 했다. 우리 형편에 그리 저렴하지 않은 호텔 방이었기에 돈을 포기하고 떠날 수가 없었다. 나는 단말기를 한번 볼 수 있겠냐고 물었고 구글로 스페인어를 번역해서 예전 옷가게에서 배운 환불방식을 떠올리며 환불에 성공했다. 이런 투지로 세상을 산다면 겁날 게 하나도 없을 것 같은데 왜 이럴 때만 강력한 근성이 불쑥 튀어나는지 정말 나도 알 수 없다.

샌드보딩 하는 장소가 사막만 있는 것이 아니고 멋진 바위와 암석들도 함께 있어서 풍경이 장관을 이루었다.
샌드보딩 하는 장소가 사막만 있는 것이 아니고 멋진 바위와 암석들도 함께 있어서 풍경이 장관을 이루었다.

◆이 세상 어느 곳도 아닌 이곳

아타카마의 첫인상은 매우 강렬했다. 해가 다 지고 나서야 그곳으로 진입했는데 벽돌 위에 흙을 발라놓은 듯한 외피의 낮은 건물들이 줄지어 붙어있고 노란 조명 때문에 더욱 붉어 보이는 흙길이 파사삭하는 소리를 내며 작은 먼지를 일으키고 있었다. 대부분의 건물이 통일된 분위기여서 영화 세트장 같기도 했다.

한적하고 황폐할 줄 알았던 이곳은 도심으로 들어서니 많은 사람들로 붐볏다. 마치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치히로가 신비한 마을을 갑작스럽게 발견했을 때의 기분 같았다. 치렁치렁한 해먹이 달린 숙소에 짐을 풀고 그곳에서 숙박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셨다. 피스코라는 칠레 전통 술이라고 했다. 잠시후 숙소 밖으로 나왔는데 하늘을 보고 너무 무서워서 황급히 들어왔다. 별 때문이었다. 취한 채로 봐서 그런지 수많은 별들이 공포감으로 다가왔다. 이곳은 하늘이 너무 맑아 우주 최초의 은하가 보내는 빛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미국, 캐나다, 유럽, 일본 등 여러 나라가 협력해 세운 대형 전파 망원경 단지도 있는 특별한 곳이다.

다음날 숙취가 너무 심해서 예림이가 죽과 수프를 만들어줬다. 그 당시에 표현은 안 했지만 낯선 타지에서 날 챙겨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게 너무 든든했다. 우린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다음날 할 투어도 신청하고 과일가게에서 여러 가지 과일을 샀다. 멜론, 복숭아, 망고 그리고 이름 모를 과일들을 샀는데 엄청 맛있었다. 나는 한국에서 멜론을 먹을 때마다 멜론 맛 아이스크림과 참 다르다고 생각했었다.이곳에서 먹은 멜론은 멜론 맛 아이스크림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살살 녹으면서 멜론 맛이 정말 진하고 당도가 높았다. 아타카마에 가게 된다면 꼭 멜론을 사 먹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바다가 없는 지역이지만 평상복처럼 비키니 위에 간단히 그물로 된 민소매 같은 것만 입고 다니는 여자들의 스타일도 너무 멋졌다.

◆까끌까끌한 모래의 맛

아타카마에서의 셋째 날은 오전, 오후로 나누어 투어를 했다. 오전 투어는 사막에서 스노보드 데크를 타는 샌드보딩이었다. 벤을 타고 20분 정도 들어가 샌드보딩 하기 좋은 지점에 내린 후 간단한 설명을 듣고 장비를 받았다. 보드는 처음 타는 거라 긴장을 많이 했는데 강사가 눈에서 타는 것보다 속도도 느리고 더 안전하다고 해서 마음이 좀 놓였다. 그런데 막상 타려고 보니 높은 곳에서 내려오는 게 문제가 아니고 무거운 데크를 들고 푹푹 빠지는 모래언덕을 직접 오르는 게 너무 힘들었다.그리고 그땐 보드 타는 요령을 모르고 TV에서 선수들이 보드 타는 것처럼 데크 방향을 세로로 해서 엄청난 속도로 내려왔는데 흙 뿌리를 밟고 점프한 후 꼬구라졌다. 내 몸뚱이가 아직 온전한지 확인하기엔 몇 초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땀이 흐르고 있던 얼굴은 모래범벅이 되었고 눈을 뜨기도 힘들었다. 입에선 계속 모래알갱이가 나왔다. 샌드보딩후 우린 세하르 호수에 가기 위해 채비를 했다.

몸이 둥둥 뜨는 소금호수. 예림이와 내가 제일 신나게 논 것 같다.
몸이 둥둥 뜨는 소금호수. 예림이와 내가 제일 신나게 논 것 같다.

◆소금이 만들어 낸 낯선 세상

세하르 호수 투어를 신청한 이유는 바로 몸이 둥둥 뜨는 소금호수를 체험하기 위해서다. 아타카마와 주변 지역은 원래 바닷속에 있던 땅이었다. 그런데 단층 운동으로 인해 땅이 바다 위로 올라오게 되면서 아타카마를 비롯해 우유니 등 주변 장소에서 소금 호수, 소금사막, 소금 산맥과 같은 지형들을 볼 수 있다. 우린 말로만 듣던 소금호수를 수영한다고 설레는 마음에 정신없이 뛰어다니다가 서로를 잃어버리고 타야 할 투어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다행히 다음 차가 바로 있어서 갈 수 있었다. 소금호수 입장권을 사면 입장과 함께 샤워실이 제공된다. 그리고 이때 필수로 가지고 가야 할 건 바로 물안경이다. 소금호수의 염분은 바다와는 비교가 안 된다. 눈에 들어가면 정말 눈이 시리게 따갑다. 맛도 엄청나게 짜다. 이래서 사람이 뜰 수가 있겠구나 싶었다. 아무도 물속에 얼굴을 넣고 놀지 않았지만, 예림이와 난 물안경이 있어서 잠수도하고 서로 손바닥을 받쳐주며 점프해서 덤블링도 했다. 한참을 놀다 밖으로 나오니 몸에 묻은 호숫물이 강한 햇살에 하얀 소금으로 변했다. 온몸에 하얀 소금이 붙어있는 모양이 신기했다.

뒤에 보이는 호수는 오호스 호수다. 수영을 할 수 있었지만 이미 씻어버려서 하지 못했다.
뒤에 보이는 호수는 오호스 호수다. 수영을 할 수 있었지만 이미 씻어버려서 하지 못했다.

소금호수에서 수영이 끝나면 작고 깊은 물웅덩이가 있는 오호스 호수와 테빈키체 호수를 들린다. 하루의 아쉬움을 달래며 테빈키체 호수 주변을 걷는데 분홍색으로 변해가는 산과 하얀 호수, 파란 하늘을 점점 물들이는 붉은 석양이 몽환적이었다.

황희정 자유여행가 hmalove1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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