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일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
최근 대구 수돗물에서 과불화화합물(PFCs)이 검출돼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 '극미량만 마셔도 뇌에 손상이 간다' '몸에 축적돼 건강을 해친다'와 같은 괴담 수준의 말들이 확산되고 있다. 먹는 물은 가장 안전한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괴담이 진실을 덮을 때, 과장된 공포감은 오히려 혼란과 부작용을 초래한다.
과불화물은 17가지 물질들로 구분된다. 이런 과불화물 중 발암성 물질은 과불화옥탄산(PFOA)뿐이다. 신종 환경호르몬인 과불화옥탄산의 일일섭취한계량(Tolerable Daily Intake)은 몸무게 1㎏당 매일 1㎍이다.
일일섭취한계량은 독성이 알려진 물질에 대해 10배 이상 엄격한 안전율을 가정했을 때 평생 동안 매일 섭취해 건강에 이상이 없는 양으로 정한다. 체중 50㎏인 여성이 매일 50㎍의 과불화옥탄산을 평생 섭취해도 건강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
이번 대구 수돗물에서 검출된 과불화옥탄산의 양은 ℓ당 0.004㎍이었다. 대구 수돗물에서 과거에 비해 증가한 것이 확인된 과불화헥산술폰산(PFHxS)은 발암물질로 분류되지 않았고, 인간에 대한 유해성은 확인된 바 없다.
하지만 실험실 동물에 장기간 과다 복용 시 체중 감소,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 갑상선 호르몬 변화 등의 현상이 보고되었다. 이 물질에 대해서는 유럽과 미국, 세계보건기구(WHO) 등 어느 나라에서도 수질기준으로 규제하지 않고 있다.
전 세계에서 호주, 캐나다, 스웨덴 등 단 3개 국가만이 권고기준을 설정해 관리하는 실정이다. 캐나다와 스웨덴의 권고기준은 각각 0.6, 0.9㎍/ℓ이며, 이번 모니터링 결과 국내 수돗물 최댓값이 0.454㎍/ℓ, 5월 측정값은 0.126㎍/ℓ로 모두 해당 권고기준을 초과하지 않는 수준이다. 다만 호주만 0.07㎍/ℓ라는 특히 엄격한 권고기준을 설정했고, 국내에서는 이를 초과했다고 우려하고 있다.
뒤집어 생각하면, 캐나다와 스웨덴은 호주보다 국민 건강에 관심이 덜 있어서 느슨한 권고기준을 설정한 것일까? 미국, 독일, 일본 등 권고기준마저 설정하지 않은 국가들은 과불화물의 위해성을 몰라서 방치하고 있는 것인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WHO는 일일섭취한계량 중 물을 통해 10%를, 나머지 음식과 제품 사용 과정에서 90%를 섭취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먹는 물 수질기준을 결정한다. 따라서 일시적으로 먹는 물 수질기준을 초과했다고 해도 바로 건강상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수질기준이 평생 섭취하는 것을 바탕으로 설정하는 것이고, 물 외에도 음식으로 섭취하는 양을 크게 배당했기 때문이다.
괴담이 진실을 덮고 있을 때 우리는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다. 수돗물에서 과불화물을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더욱이 금번에 검출된 과불화물은 수질기준 항목도 아니고, 농도는 10억 분의 1도 안 된다.
과도한 건강 우려에 휩싸여 사회의 불안감만 높아진다면 이러한 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진정 우리 건강을 지키는 길은 한발 물러서서 진실을 보고, 정부의 선제적 활동을 격려하고, 더 확대해 주기를 요구하는 것일 것이다.
최승일(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한국물학술단체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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