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냥 축하할 수만 없는 포스코 새 회장

입력 2018-06-25 05:00:00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이 차기 포스코 회장으로 내정됐다. 포스코가 어려운 시점에 새로운 선장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축하할 일이다. 그렇지만, 회장 선임 과정이 불투명하고 모호해 마냥 기뻐하기도 어렵다.


최 사장이 회장으로 선임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거의 없다. ‘깜짝 발탁’이어서 어안이 벙벙하다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일부에서 ‘사외이사들의 반란’이니 ‘파격 인선’이라 평가하고 있는데, 정말 순진한 생각이다. 포스코의 회장 선임 ‘흑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선임 과정에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준양 전 회장은 2009년 유력 경쟁자를 제치고 예상 밖으로 선임됐고, 당시 이명박 정권의 실세 개입설이 나돌았다. 권오준 현 회장은 2014년 기술연구소 출신으로 최초의 회장에 선임됐다는 점에서 의외의 발탁이었다. 권 회장은 최순실과의 관련설이 끊임없이 보도됐고, 임기 2년을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것도 이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역대 회장의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고 해도, 문재인 대통령의 스타일에 비춰 청와대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믿는다. 내부의 ‘짬짜미 인사’일 가능성도 있다. 회장을 선임하는 ‘CEO 승계카운슬’과 ‘후보추천위원회’ 제도는 겉만 번지르르할 뿐, 실제로는 사외이사의 손에 좌우된다. 사외이사는 회장의 의중에 따라 선임되는 만큼 회장 선임 과정이 어땠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말썽을 피한다는 명목이지만, 토요일 오후에 이사회를 열어 회장 선임을 발표하는 것도 우스꽝스럽다.


재계 서열 6위, 매출 60조원의 글로벌기업 회장 선임이 온갖 의혹과 의심에 휩싸이는 자체가 잘못됐다. 기업이라면 예상 가능하고 검증된 인물이 회장으로 선임되는 것이 마땅한데도, ‘깜짝 인사’라는 말부터 한심한 일이다. 회장 선임을 투명공정하게 해야 정치권 입김이나 ‘포피아’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