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과 전망] 포항~경주 호국벨트 되살려야

입력 2018-06-06 05:00:00

1950년 9월 17일, 국군 제3사단 22연대 1대대 분대장이었던 연제근 이등상사가 8명의 특공 대원들을 이끌고 형산강을 건넜다. 6·25전쟁이 일어나 3개월째에 접어든 즈음, 국군은 북한군의 공세에 밀려 패퇴를 거듭했고 낙동강과 형산강에서 필사의 방어전을 벌이던 상황이었다. 형산강 방어전 1차 전투에서 패해 북한군에 포항을 내준 국군은 전열을 정비해 포항 수복에 나섰고 연제근 이등상사의 특공대는 그 선봉에 나섰다.


연제근 이등상사와 특공 대원들은 수류탄을 몸에 매달고 물이 불어서 가슴 높이까지 오는 물살을 헤치며 나아갔다. 북한군의 무차별적인 사격이 이어져 연제근 이등상사는 어깨가 관통당하는 중상을 입었지만, 그는 끝까지 전진하여 수류탄 3발로 적의 기관총 진지를 파괴한 뒤 장렬히 전사했다. 다른 특공 대원들도 함께 산화했다. 이들의 희생으로 국군 22연대는 형산강을 건너 다른 국군 부대와 함께 북한군을 몰아내고 포항을 탈환했다. 이 전투는 이후 인천상륙작전을 통해 서울을 수복하고 압록강까지 진격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재 포항 해도근린공원에는 연제근 이등상사와 특공 대원들을 기리는 동상이 세워져 있다.


포항과 경주는 칠곡, 영천, 영덕과 함께 낙동강 방어전을 치열하게 치른 호국의 고장이다. 6·25전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계~안강 전투'와 '기계~포항 쟁탈전', '안강~포항 피탈전' 등의 중요한 전투들이 벌어졌다. 학도의용군 71명이 북한군의 침공을 저지하다 산화하기도 했다. 이를 기리기 위한 전적비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다. 학도의용군 전적비는 현재 포항여고 정문 앞에 있고 포항 송도동 코모도호텔 맞은편에는 포항지구 전투 전적비가 있다. 북구 용흥동 탑산에는 포항지구 전적비가 들어섰고 덕수공원과 구룡포에 각각 충혼탑과 각종 위령비가 세워져 있다. 포항 기계면 성계리에는 기계·안강지구 전투 전적비가 있다.


국가보훈처와 경북도는 2008년에 낙동강 방어선의 주요 지역인 '칠곡~영천~경주~포항~영덕'을 하나로 묶는 호국평화벨트화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은 칠곡의 낙동강 호국평화공원, 영천의 호국안보테마공원을 만드는 성과를 낳았고 영덕은 장사상륙작전 기념 문산호복원사업을 벌였으나 부실 공사로 방치돼 있다. 그러나 포항과 경주는 이 사업에서 아예 빠져 있는데 당시 부지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사업 계획도 불투명하게 제출돼 누락됐다. 포항시와 경주시는 사업 보완에 나서 재추진할 의지는커녕 2013년에 호국평화벨트사업 자체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렇지 않았으면 지금쯤 경주에는 기계안강전투기념공원, 포항에는 전승기념공원이 들어서 있을 것이다.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 접어드니 호국의 도시임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포항시와 경주시의 허술한 과거 행정이 떠오른다. 특히 포항은 칠곡 다부동 전투와 함께 밀리던 국군이 반격의 계기를 삼은 격전들이 치러졌던 곳이다. 가슴 아픈 학도의용군들의 사연과 영혼이 깃든 곳이기도 하다. 해병대 1사단이 주둔해 있는 군사 도시로서 호국보훈의 얼이 짙게 숨 쉬는 곳이다.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당선되는 포항시장과 경주시장은 호국보훈기념사업에 다시 나섰으면 한다. 도시의 발전은 역사와 특징을 잘 살림으로써 이뤄져야 바람직한데 포항과 경주는 호국보훈의 의미를 더 많이 되살려야할 도시들이다. 국가보훈처와 경북도도 반쪽짜리에 그친 호국평화벨트사업을 완성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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