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124조 소비자보호운동 보장
개발 시기 만들어져 현실에 안 맞아
개헌 때 기본권 부분에 명문화 필요
소비자주권 의식 행사할 수 있도록
인류는 고대시대부터 오랫동안 자급자족을 하다가 산업혁명을 계기로 코페르니쿠스적인 대변화를 겪었다. 이른바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시대가 도래해 대량으로 생산된 상품이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 코너에서 소비자를 강하게 유혹하여 소비자는 당장 필요한 상품이 아님에도 충동적으로 구매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
최근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나 휴대전화 발화 사고, 의료과실에 의한 의료사고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해를 주는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상품이 전문화'복잡화되고 피해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에 전문성이 떨어지는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사고의 원인 규명을 위한 전문적 지식과 기술 등이 필요하다.
1962년 미국 케네디 대통령이 의회에 보낸 '소비자의 이익 보호에 관한 특별교서'에서 언급된 소비자의 4대 권리인 안전할 권리, 알 권리, 선택할 권리, 의견을 반영할 권리 등으로부터 소비자의 권리에 대하여 국제적인 논의가 시작되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헌법 차원에서 보장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스위스, 스페인, 포르투갈, 터키, 멕시코,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의 헌법과 유럽헌법조약과 리스본조약 등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명시하고 있다. 포르투갈 헌법 제60조에서 좋은 품질의 제품 및 서비스를 소비할 권리, 교육 및 정보에 대한 권리, 건강'안전 및 경제적 이익의 보호를 받을 권리, 손해에 대한 배상을 받을 권리 외에 모든 형태의 비밀광고, 간접광고 또는 허위광고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자보호 규정의 헌법에의 수용은 제8차 개헌이 이루어진 1980년 헌법에서 처음이다. 1980년 헌법은 제125조에서 소비자보호운동을 명시하였고, 현행 헌법 제124조는 1980년 헌법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현행 헌법 제124조에서 "국가는 건전한 소비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 향상을 촉구하기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그 구체적인 보장 내용은 법률에 위임하였다. 헌법 제124조에 명시된 소비자보호운동은 결국 소비자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므로 소비자의 권리를 전제로 한다거나, 기본권은 대한민국 헌법 제2장 기본권에 관한 장에서만 규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소비자의 권리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하자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러나 소비자보호에 대한 규정의 위치가 제2장 기본권의 장이 아니라 제9장 경제의 장에 있어서 경제질서의 하나로 제시된 것이며, 헌법 제124조가 소비자보호운동을 보장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소비자보호를 위한 규정은 기본권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객관적 법질서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 보장으로 보는 견해도 있으므로 소비자의 '권리'를 해석을 통해 도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나아가 현행 헌법 124조는 개발 시기에 건전한 소비 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 향상 촉구라는 국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취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경제 분야에서 경제민주화 등 사회정의의 요청이 확산됨에 따라 소비자의 권리 규정 필요성이 증대되는 현시점에 부합되지 아니한다. 안전하고 질 좋은 상품을 필요한 시기에 자신의 선호와 선택에 따라 구매하고 소비할 권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이번 제10차 개헌에서 헌법의 제2장 국민의 권리와 의무(기본권) 부분이 아닌 제9장 경제에서 소비자의 권리를 도출할 것이 아니라 기본권 부분에서 이를 다음과 같이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00조 ①모든 사람은 소비자의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소비자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한다.
소비자의 권리는 소비자가 가만히 있어도 지켜지는 권리가 아니라 '소비자의 왕'으로 불리는 랄프 네이더(Ralph Nader) 변호사가 GM과 자동차의 안전에 대하여 치열하게 다투어 자동차에 안전벨트를 장착하게 한 것처럼 소비자가 주권 의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행사할 때에만 제대로 구현될 수 있다. 우리 모두 제2의 랄프 네이더가 되어 소비자의 권리를 지속적으로 행사해 소비자가 진정한 왕인 시대를 앞당기도록 노력하자.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숭실대 법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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