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외면 자초하는 한국당 공천…당 내부에서도 위기감 확산

입력 2018-04-25 00:05:00

당협長 무리한 내 사람 심기, 공관위 원칙없이 우유부단, 중앙당 지역 무시 공천 개입

자유한국당의 6'13 지방선거 공천 농단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당 내부에서조차 이번 선거 결과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텃밭' 대구경북(TK)에서의 공천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는 TK에서마저 한국당 후보가 탈당 뒤 무소속으로 나선 후보에게 다수 패한다면 당이 존폐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지역 정치권에선 ▷중앙당의 원칙 없는 공천 개입 ▷시'도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우유부단한 업무 처리 ▷당원협의회 위원장의 무리한 물갈이 시도 등이 상황을 악화시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대구 동구청장 공천과정을 보면 '공천 파행 3종 세트'가 모두 작용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잇따른 공천 농단으로 당이 풍전등화 위기에 처했는데도 중앙당과 시'도당, 각 당협위원장은 자기 살길만 살피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구 동구청장 공천은 '전략공천→반발→경선→반발→공천자 결정→반발→경선' 과정을 밟고 있다. 대구시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상황이 복잡해지자 중앙당으로 공을 넘겼고, 중앙당 입김에 '시'도당 공관위 우선 공천' 원칙은 무참히 깨졌다. 이런 분위기는 대구 달성군수 공천에 대한 중앙당의 재심 결정으로 이미 예견됐다.

정치권에선 한국당 중앙당의 개입이 일관된 원칙하에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는다. 한국당 관계자는 "누구누구를 통하면 재심 결정을 얻어낼 수 있다는 등 소문이 돌면서 낙천자들이 유력인사를 동원해 중앙당을 상대로 '고공 작업'을 펼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대구시당, 경북도당 공관위의 우유부단한 업무처리도 상황을 악화시킨 요인으로 지적받는다. 시'도당은 애초 목표로 제시한 개혁 공천을 전혀 실천하지 못했다. 정치신인, 여성, 장애인 등 정치적 소수자들에 대한 배려가 이뤄지지 않았고, 당협위원장 사이 또는 당협위원장과 현역 국회의원 사이 중재자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대구 동구청장 공천 파행은 두 당협위원장 사이의 의사소통 부재가 원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당 공관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북도당은 현역 국회의원과 신임 당협위원장 사이 불협화음을 적절하게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상주'경주에서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지역 국회의원으로 예우해달라는 주장과 당으로부터 임명을 받은 신임 당협위원장이 일할 수 있도록 당협위원장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요구가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해법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부실 여론조사 의혹도 풀어야 할 숙제다. 경선을 치른 지역 상당수에서 책임당원 가운데 여론조사 전화를 받지 못했거나 후보를 선택하기 전에 전화가 끊겼다는 주장이 쇄도하고 있다. 지역 당협위원장들의 무리한 물갈이 요구도 공천 파행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 총선에서 친박계 몫으로 공천을 받은 일부 당협위원장들이 차기 총선 공천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지역 장악력을 높이고자 이번 지방선거 공천에서 과도한 물갈이를 시도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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