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醫窓)] 워라밸

입력 2018-04-25 00:05:00

최근 고용노동부가 '워라밸' 좋은 기업을 선정하여 발표했다. '워라밸'이란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뜻으로 '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이자 신조어다. 즉 개인의 일과 생활이 조화롭게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 개념은 원래 일하는 여성들의 '일과 가정의 양립'에 한정되어 사용되다가 모든 노동자를 대상으로 '여유로운 삶' 혹은 '저녁이 있는 삶'의 개념으로 발전하였다. 일과 생활의 조화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목표로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보육이나 간호에 대한 지원, 건강촉진, 교육지원, 장기휴가 제도 등을 들 수 있다.

과거 고도산업화 시대에서는 모든 회사나 작업장에서 더 많이 수출하기 위해 밤을 새우며 일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그러나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로 전환됨에 따라 상황이 달라졌다. 2004년부터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었다. 2018년부터는 법정 주당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근로자들의 생활 패턴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올해부터 수련병원에서 전공의 선생님들의 근무 환경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 같다. 전공의란 종합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 과정에 있는 의사들인데 수련을 받는 피교육자인 동시에 진료를 수행하는 임상 의사라는 이중적 위치에 있는 이들이다. 전공의로서 수련을 마친 후 전문의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해당 과의 전문의가 된다. 산부인과 전문의, 외과 전문의 등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양성된다.

과거 전공의 수련기간 동안은 밤을 새워 당직을 서도 그다음 날 쉬지 못하고 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전공의 처우에 대한 관심도 없었다. 이런 관행은 전공의들의 기본적인 건강권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에 올해부터 '전공의 특별법'을 적용함에 따라 모든 수련병원들의 진료 행태에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전공의 특별법의 핵심 내용은 주 80시간 이상 근무 제한, 연속 36시간 근무초과 금지, 연속 수련 후 최소 10시간 휴식 보장 등의 조항이다.

이런 조항은 일반 근로자와 비교하면 과도한 근무 환경이다. 그래도 과거에 비해 최소한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법이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의학드라마의 주된 소재인 외과계 전공의들이 며칠씩 꼴딱꼴딱 밤을 새우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이 법에 적용되지 않는 의대 외과계 교수들은 지금보다 더 힘들겠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역할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

이런 일련의 제도는 고단하고 지친 대한민국 국민의 일상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할 것 같다. 이런 변화로 대한민국이 아이 키우기 좋은 나라, 어르신이 행복한 나라, 휴식이 보장되는 나라, 건강하고 안전한 삶이 보장되는 나라가 되어 우리나라 국민들의 행복 지수가 높아지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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