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영 작가 반갑게 맞는다 '살아있는 문학관'
살아있는 작가의 문학관은 세계적으로도 희소하다. 보통 문학관은 사후에 건립되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청송의 객주문학관은 특별하다. 한국 문학계의 거장으로 현재 집필 활동을 왕성히 하고 있는 김주영(80) 작가의 대표작인 소설 '객주'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이다.
객주문학관은 '살아 숨 쉰다'는 평을 많이 받는다. 문학관이 정적인 것이 아니라 동적으로 변화한다는 말이다. 당연히 김 작가의 역할이 컸다. 일 년에 절반은 청송에 내려와 집필 활동은 물론 친구와 지인 등 사생활 영역까지 고스란히 문학관을 찾는 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김 작가다. 문학관을 찾는 관람객들은 전시된 정보는 물론 작가를 만나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서로 소통할 기회가 많아서 매번 올 때마다 새로운 것이 바로 객주문학관이기도 하다.
◆김주영 작가의 삶
1939년 청송군 진보면에서 태어났다. 사방 100리(40㎞) 안에 공장도 없고 기찻길도 없는 산골에서 태어난 그는 "탯줄을 끊고 난 순간부터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다"고 표현했다. 1959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에 입학해 장학생까지 된다. 당시 교수였던 박목월 시인에게 자신이 쓴 시 열 편을 읽어봐 달라고 요청했지만 "자네는 운문에 소질이 없네"라는 냉정한 평가를 받고 나서 청송으로 내려와 자원입대한다. 그는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생계를 위해 고향에서 1964년 안동엽연초생산조합 경리사원으로 취직한다. 문학을 잃고 산 그 무렵 아버지와 동생마저 잃게 된 그는 장 파열이 올 정도로 술과 함께 인생을 허비했다.
1970년 서른 살의 나이에 직장을 그만두고 습작을 재개해 그해 '월간문학'에 그가 쓴 '여름사냥'이 가작으로 입선한다. 이듬해인 1971년 '휴면기'가 '월간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그가 그토록 염원했던 문단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
1974년 그는 대하소설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5년 동안 전국 200여 개의 시골 장터를 수차례 다니며 소설의 소재를 모으고 또 모았다. 1979년 서울신문에 소설 '객주' 연재를 시작하며 그가 준비한 이야기보따리를 풀게 되는데 1983년까지 근 5년 동안 1천465회에 걸쳐 소설을 연재한다.
그는 이 무렵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한 달에 열흘 이상 집에 머물러 보지 못했고 카메라와 망원경, 수첩만 들고 전국 장터를 떠돌며 생활했다"고 말하며 소설 '객주'의 탄생 비화를 밝히기도 했다.
1981년 소설 '객주'를 출판해 1984년 제1회 '유주현문학상'을 수상했다. 1984년 창작과비평사에서 소설 '객주' 9편을 출간하고 나서 더는 객주를 쓰지 않았다. 이후 '야정' '화척' '활빈도' 등의 작품을 통해 피지배층의 길바닥 인생 이야기를 그려냈다. 그의 작품 소재는 이름 없는 민중의 삶과 가난이었다. 이러한 작품 경향은 '천둥소리' '고기잡이는 갈대를 꺾지 않는다' '홍어' '멸치' '빈집' 등으로 이어졌다. 대한민국문화예술상과 한국소설문학상, 이산문학상, 대산문학상, 김동리문학상 등의 문학상을 받았고 2007년에는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김 작가는 2013년 늘 가슴 한구석에 미련으로 남아있던 소설 '객주'의 10편을 30년 만에 완결하며 한국 문학사에 큰 업적을 남기게 됐다.
◆객주문학관
2014년 6월 10일 청송군 진보면 진안리 폐교된 진보제일고등학교 건물에 문학이란 새로운 옷이 입혀지면서 '객주문학관'이 탄생했다. 문학관은 부지 2만4천771㎡에 총사업비 75억원(국비 37억5천만원, 도비 11억2천500만원, 군비 26억2천500만원)이 투입됐다. 청송군은 폐교된 건물을 증'개축하는 방식으로 공사비를 절감했다. 4천640㎡ 규모의 3층 건물에는 소설 '객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객주전시관을 비롯해 김주영 작가의 집필실인 여송헌(與松軒)과 소설도서관, 스페이스 객주, 기획전시실, 영상교육실,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집필실, 연수시설, 세미나실, 카페, 창작관, 다용도관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건물 1층부터 마련된 제1, 2전시실에는 김 작가의 집필 배경과 과정에 대해 상세하게 전시돼 있다. 김 작가가 쓰던 필기도구와 원고지 등은 물론 그가 지금까지 문학 활동을 하면서 걸어온 발자취가 소개돼 있다. 종이가 귀한 시절에 한 글자라도 더 적으려고 돋보기를 들고 예리한 만년필로 글을 채워갔던 자료들도 있어서 문학도들의 본보기가 되는 장소도 바로 여기다.
또한 이곳에는 소설 '객주'에 등장하는 조선 후기 보부상에 대한 알짜 지식이 소개돼 있다. 보부상의 모습은 물론 그들의 역사, 생활상, 규율 등이 모형과 그림, 영상자료 등으로 꾸며져 있어서 방문객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문학관 2층에는 김 작가가 집필 활동을 위해 전 세계를 다니면서 수집한 자료가 모여 있다. 김 작가가 글만큼 솜씨 있는 것이 바로 사진이다. 전문 사진작가들도 그의 사진을 감상하며 칭찬할 정도로 그가 찍은 사진에는 뛰어난 기술과 숨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특히 전국 각지의 장날 풍경이 많은데 특히 소설 '객주'의 배경이 되는 곳의 과거'현재 모습 등이 잘 비교돼 있다. 이곳의 일부 공간에서 미술과 조각 분야 작가들의 전시회도 상시 열고 있다.
객주문학관 해설사는 "객주문학관은 단순히 작가님이 쓰신 소설 객주만을 들여다보는 공간을 넘어 작가님의 인생이 담겨 있는 곳이다. 작가님은 지극히 개인적인 소품부터 자신이 아끼고 보관해 온 가보 같은 물건까지 전시할 정도로 문학관에 애착이 깊고 지금도 문학관을 채워갈 소품을 직접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객주문학마을이 올해 문을 연다. 진보면 진안리 객주전통시장 뒤편에 마련되는 이곳에는 전통시장의 향수와 지역민의 추억이 어우러진 테마마을이 조성될 전망이다. 청송군은 163억원(국비 34억원, 도비 3억원, 군비 12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기존 52가구를 리모델링하고 소설가의 집과 객주전시관, 주막, 공방 등을 조성했다. 관광객은 이 마을에서 보부상 문화를 체험하고 전통마을의 운치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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