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공항 통합이전은 차선이다

입력 2017-10-31 00:05:01

민항이는 도심에 있는 군항이의 건물에 세를 얻어 장사를 하고 있다. 각고의 노력으로 이제야 겨우 흑자가 된 민항이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군항이가 건물을 팔고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시골로 새 건물을 지어 이사를 간다는 것이다. 건물주가 가면 세입자도 함께 가야 할까? 아니라고 본다. 민항이는 은행 대출을 받더라도 군항이의 건물을 사서 그 자리에서 계속 영업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런데 마을 대표인 시청이는 민항이가 군항이와 함께 가야 한다며 통합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 군항이의 잦은 심야 영업으로 인한 소음 공해 때문에 주민들의 원성이 자자하고 민원이 끊이질 않아 시청이 입장에서는 이것이 늘 골칫거리였다. 이번 기회에 민항이까지 둘 다 보내버리고 싶은 시청이 입장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의 생각도 과연 시청이의 생각과 같을지는 의문이다. 적지 않은 수의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고 적절한 세금을 납부하여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민항이를 우리 마을에서 내보내면 옆 마을의 도청이에게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격이다. 이 일이 우리 마을 사람들이 정말로 바라는 일일까?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영업 특성상 접근성이 최우선 가치인 민항이 입장에서도 접근성이 나쁜 시골 마을로 가는 것은 고객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쳐 경영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청이는 지역 경제를 발전시켜야 할 책임자로서 생각을 다시 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먼저 군사공항은 국방이라는 특성상 심야 출격 등으로 주변 주민들의 취침을 방해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군사시설이 도심에 계속 주둔해 있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신공항이 밀양으로 결정되든 안 되든 어차피 군사공항은 이전할 계획이었다. 반면에 민간공항은 운항 시간을 규제할 수 있기 때문에 수면 시간인 밤 10시부터 오전 8시까지는 운항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두면 주민들의 불편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밀양 신공항이 백지화가 된 지금, 민간공항을 군사공항과 함께 이전시킬 이유는 없다.

한편 민간공항을 관리하는 국가 공항발전 5개년 계획(2016~2020) 안에도 대구공항의 이전 계획은 없다. 또 공항시설법에 따르면 공항 이전 등 중요한 계획 변경은 반드시 1개월의 주민 의견 수렴 후 변경고시를 해야 한다. 하지만 대구공항 이전 논의가 한창인 지금까지 어떠한 고시 변경 예고 절차도 없었다. 지금이라도 공항 이전의 법적 문제는 없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다음으로 이 계획에서는 민간공항의 발전 방향으로 접근성 강화를 핵심 목표로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대구공항을 접근성이 우수한 도심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목표에 역행하는 일이다. 또한 대구를 벗어나 경북으로 공항을 옮겨도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공항코드인 TAE(Taegu, 대구)를 계속 사용할 수 있을까? 전 세계인에게 '대구'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핵심이 국제공항을 보유하는 것임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

현재 대구공항의 운영 형태는 군사공항 소유의 활주로 2본을 민간공항이 빌려서 사용하는 것이다. 즉 대구공항의 주인은 군사공항이고, 세입자는 민간공항이다. 결국 민간공항 운영자인 한국공항공사가 군 소유의 대구공항을 매입하고, 그 매입 비용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국방 목적에 적합한 곳을 찾아 새로운 군사공항을 건설해준다면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의 원칙을 지킬 수 있다. 집주인이 멀리 이사 갈 때, 세입자가 반드시 따라가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가 아닌 만큼 대구공항의 문제도 통합이전이 아닌 각자도생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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