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구장·스크린골프장도 금연구역…흡연자들 설 땅 없다

입력 2017-10-27 10:16:37

5년 전인 2012년부터 시작된 공공장소 금연구역이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갈수록 흡연자들이 설 땅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음식점과 PC방이 일찌감치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데 이어 오는 12월 3일부터는 흡연 단속 대상에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이 추가된다.

아파트 특정 구역이나 길거리도 금연구역으로 지정되고 있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10만원씩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비흡연자들로서는 금연구역 확산이 반길만한 일이지만 흡연자들은 정반대다. 담뱃값을 대폭 올려 흡연자들의 조세 부담을 가중하면서 흡연권 보장을 위한 조치는 왜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담뱃값이 4천500원선으로 전년보다 80%가량 인상된 2015년 전국에서 걷힌 담배소비세는 3조350억원이었고, 지난해는 23.4%(7천90억원) 증가한 3조7천440억원으로 더욱 늘었다.

담배 판매량도 2014년 43억6천만갑에서 담뱃값이 인상된 2015년 33억6천만갑으로 줄었으나 지난해 36억6천갑으로 늘어나며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담배소비세 인상 이후 주춤했던 담배 소비량이 다시 늘었거나 흡연자가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통계다.

흡연자들은 "잔뜩 올린 세금을 내는 것도 억울한데 담배를 피울 공간조차 찾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금연구역 확대 취지는 이해하지만 담배 판매를 금지하지 않을 바에야 흡연권도 존중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흡연자들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오는 12월 당구장과 스크린골프장이 금연구역으로 포함되는 등 분위기는 점차 '담배 없는 사회'로 가고 있다.

당구장이나 스크린골프장은 200만∼300만원을 들여 흡연실을 설치하거나 업소 내 전역을 금연구역으로 운영해야 한다. 이미 금연구역 확대가 대세라는 점에서 이들 업계에서도 '반기'를 드는 움직임은 없다.

한국시뮬레이션골프문화협회는 금연구역 확대에 대해 "매출에 타격을 받을 수 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당국의 배려가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금연구역 지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 협회는 전국의 1천400여개 스크린골프장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당초 이 협회는 보건복지부에 "스크린골프장의 절반만 금연룸으로 운영해도 간접흡연에 따른 폐해를 줄이는 동시에 흡연권도 보장할 수 있다"는 입장을 수차례 전달하며 금연구역 부분 도입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금연구역 지정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며 수용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2만3천여개에 달하는 전국의 당구장 역시 흡연실 설치 비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금연 확대라는 사회적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대한당구협회 관계자는 "담배를 피우며 게임을 즐기는 흡연자들이 많았던 터라 금연구역 지정이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도 "이미 예고됐던 조치라 업주들의 반발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구협회에는 이미 흡연실 설치 방법 등을 묻는 당구장 업주나 인테리어 업소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규모가 작은 영세 당구장들은 흡연실 설치 비용이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들도 실내체육시설의 금연구역 지정에 따른 안내문을 발송하는 등 금연구역 확대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당구장과 실내스크린골프장은 흡연구역 미설치로 적발되면 1차 170만원, 2차 330만원, 3차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담배 연기 없는 환경이 조성되면 흡연자들은 다소 불편하겠지만 깨끗하고 건전하게 실내스포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며 "금연자들을 유인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는 영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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