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동물에게 물렸다면

입력 2017-10-25 00:05:01

가볍게 물렸어도…면역력 약한 노약자는 즉시 검진을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 아파트에서 유명 한식당 대표 김모(53) 씨가 이웃에 사는 아이돌그룹 멤버의 개에게 물린 뒤 엿새 만에 숨졌다. 사망 원인은 패혈증이었다. 앞서 지난달 13일에도 대구 수성구 파동의 한 공원에서 산책을 하던 A(80) 씨가 대형견에게 다리를 물려 중상을 입기도 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개나 고양이에게 물리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동물에게 물리면 2차 감염으로 이어지거나 인대, 근육 또는 혈관, 신경 등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동물에게 물리면 빠르게 소독 등 응급처치를 하고 상처가 악화되지 않는지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매년 50명 이상 개에게 물려 병원 찾아

동물에게 물리는 일은 심심찮게 벌어진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윤재옥 의원(자유한국당)이 소방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대구에서 170명이 개에게 물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특히 경북에서는 무려 527명, 전국적으로는 5천631명이 119구급대 신세를 졌다.

동물에게 물렸을 때 나타나는 합병증은 패혈증 등 2차 감염과 파상풍, 공수병 등이 대표적이다. 패혈증은 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 진균 등에 감염돼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세균이 핏속으로 들어가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면서 전신에 염증을 일으킨다. 파상풍은 상처 부위에서 파상풍균이 증식하며 독소를 만들어내 근육 경련, 마비, 수축을 일으키는 감염성 질환이다. 초기에는 상처 주위에만 근육 수축이 나타나다가 악화하면 목'턱 근육이 수축, 입을 열거나 삼키지 못하는 마비 증상이 나타난다. 공수병은 광견병 바이러스를 가진 동물에게 물려 발생하는 치명적인 질병이다. 발열과 구토 증상이 나타나고, 물을 마실 때 목에 통증을 느끼며 물을 무서워한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알레르기감염내과 교수는 "대구경북에서 공수병은 최근 20년간 단 한 명의 환자도 없었다"면서 "반려견에게 물렸다고 공수병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상처 부위를 빠르게 씻고 소독해야

동물에게 물리면 우선 상처 부위를 흐르는 물에 비누로 5~10분간 깨끗이 씻는다. 상처가 마르면 접착드레싱이나 작은 알코올드레싱으로 덮는다. 상처 부위를 밴드나 붕대로 꾹꾹 누르거나 압박해서는 안 된다.

상처가 깊다면 물린 부위를 지혈하면서 소독된 거즈나 깨끗한 패드로 덮고 붕대를 감는 등 응급처치를 한다. 이어 곧바로 의료기관을 방문해 세척, 항파상풍 주사, 봉합술 등을 받아야 한다. 이때 파상풍 예방접종 경력과 시기 등의 정보를 정확히 의료진에게 전달한다.

동물에게 물리면 가벼운 상처라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만약 물린 자국이 발갛게 붓고 아픈 증세가 24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지면 빨리 외과를 찾아야 한다. 특히 평소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인, 당뇨 등 만성질환자나 간경변 환자, 암 환자이거나 이식수술 후 면역억제제를 쓰는 경우 등이라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만약 동물에게 물린 뒤 38℃ 이상의 고열이나 구토, 설사가 나타나고, 숨이 가빠지는 등의 이상 증상이 있으면 패혈증이 의심되므로 즉시 응급실로 가야 한다. 그러나 된장 등의 민간요법은 오히려 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고, 상처에 지혈가루를 뿌리는 것도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김신우 교수는 "2차 감염이 생기지 않도록 초기에 소독과 드레싱을 하고, 깊게 물렸거나 상처가 깨끗하지 않다면 반드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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