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 끄다 생긴 피해도 무는 소방공무원, 나라의 도리가 아니다

입력 2017-10-24 00:05:05

대구의 소방공무원들이 지난해부터 올 7월까지 4건의 화재 진압 과정에서 생긴 파손 물건에 대해 500만원을 변상했고 600만원도 물어줄 처지이다. 22일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의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대구 소방공무원들이 제도 미비와 행정 뒷받침 부족으로 공무를 수행하면서 생긴 피해까지 안고 있는 셈이다. 국가가 마땅히 져야 할 짐을 어처구니없게도 소방관 개인이 떠안은 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일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이처럼 공무 중 피해를 개인이 문 사례는 지난 2015년부터 올 6월까지 20건에 이르렀고, 금액도 1천732만원이었다. 대구 북부소방서 경우, 화재 구조활동을 하다 공기호흡기와 인근 차량이 부서지면서 모두 500만원을 변상했다. 또 달서소방서는 불을 끄다가 거실의 탁자와 출입문 등의 파손에 따른 3건에 대해 600만원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 전남에서는 2015년 소방관이 벌집을 없애려다 불꽃이 인근 개인 임야에 번져 피해를 내자 소방관이 1천만원을 부담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갈수록 소방공무원의 역할이 커지고 사회적인 인식도 좋아지고 있다. 소방직이 젊은이들의 선호하는 직종이 된 까닭이다. 하지만 이들은 늘 위험을 안고 있어 그 피해와 후유증도 적지 않다.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재난 현장에서만 소방관의 순직이 매년 5'6명이고 부상자는 339명이나 됐다. 바른정당 홍철호 의원의 국감자료에 따르면 외상 후 스트레스 등으로 자살하는 경우도 최근 5년간 47명, 올해 7월까지만도 9명이었다. 소방공무원들이 국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는 공무 수행에 따른 신체적, 정신적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인 셈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대책 없이 되풀이된다는 점이다. 이는 시'도 소방본부가 업무 중 과실을 보상받는 행정종합대상공제가 아닌 특정 구조'구급활동 중 생긴 손실만 보상되는 구조구급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한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 이런 일이 생기면 개인 부담으로 돌리거나 모금으로 해결하는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이는 수요가 많아지는 소방행정의 시계를 거꾸로 가게 할 뿐이다. 무책임한 나라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나서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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