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죽음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

입력 2017-10-23 00:05:03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인 1918년, 오페라 '일 트리티코'(Il Trittico)가 뉴욕 메트로폴리탄에서 첫선을 보였다. 일 트리티코란 '3개로 된 그림이나 작품'이란 뜻이다. 주로 중세 유럽의 성당에서 많이 쓰던 3면 제단화(祭壇畵)를 일컫는데 세 그림은 같은 주제를 담고 있다. 푸치니의 오페라 일 트리티코는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아 '죽음'을 주제로 작곡한 세 편의 단막 오페라 모음이다.

단테는 '인생의 반을 살아온 시점에 뒤를 돌아보니 칠흑과 같이 어두운 숲을 발견했고 이제껏 살아온 모든 것이 허망하며 올바른 것이 무엇이지 혼란스럽다'는 문장으로 서문을 열고 죽음에 대한 고찰을 시작한다. 미국 메트로폴리탄으로부터 단테의 신곡을 모티브로 한 작곡을 의뢰받았을 때 푸치니 역시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이전까지 사랑을 모티브로 한 비극을 주로 작곡했던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푸치니는 오랜 고민 끝에 지옥, 연옥, 천국을 표현하는 세 편의 단막 오페라를 통해 오페라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자신의 유일한 희극 오페라 작품 '쟌니 스키키'를 남기게 된다. 먼저 지옥을 표현한 오페라 '외투'는 화물선 선장이었던 주인공 미켈레가 불의의 사고로 아들을 잃고서 아내 조르제타의 불륜을 눈치 채고 화물선의 짐꾼이었던 내연남 루이지를 살해하는 내용이다. 주인공의 커다란 외투는 추운 날 부부의 어깨를 감싸 주었고, 아들의 싸늘한 주검을 가려주었지만, 마지막에는 자신이 살해한 루이지의 시체를 덮는 용도로 쓰인다. 외투 아래에서 루이지의 시체를 발견한 조르제타, 끔찍한 비명과 함께 막이 내린다.

연옥을 다룬 오페라 '수녀 안젤리카'는 피렌체의 한 수녀원이 배경이다. 안젤리카 수녀는 원래 귀족이었으나 7년 전 사생아를 출산하고 죄를 회개하려고 수녀원에 들어왔다. 늘 아이의 안부를 궁금해하던 어느 날, 유산 문제로 찾아온 숙모(공작 부인)로부터 아이가 이미 2년 전에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안젤리카는 아이를 돌보지 못했다는 절망감에 '아가야, 너는 엄마도 없이 죽었구나'란 아리아를 부르며 독약을 마신다. 하지만 자살을 선택한 것에 대한 죄책감으로 또다시 신에게 용서를 빌게 되고, 결국 안젤리카는 죽어가며 성모의 품에 안긴 자신의 아이를 만나게 된다.

천국을 표현한 오페라 '쟌니 스키키'는 피렌체의 부호 도나티가 세상을 떠난 뒤 모든 재산을 수도원에 기증한다는 유언장을 발견한 가족과 친척들이 난리법석을 떠는 이야기이다. 쟌니 스키키의 딸 라우레타를 사랑하는 리누치오는 낙담한 친척들에게 명석한 쟌니 스키키를 불러 해결책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쟌니 스키키는 친척들과 짜고 도나티의 침대 밑에 들어가 도나티 행세를 하며 공증인을 불러 유언장을 다시 불러준다. 그러나 친척들에게 유산을 분배해 주는 척하던 쟌니 스키키는 모두가 원하던 대저택을 "쟌니 스키키(자신)에게 물려준다"며 유산을 가로채고 가족과 친척들을 내쫓아 버린다. 정원에서는 사랑하는 두 연인의 2중창이 들리고 쟌니 스키키가 자신의 무죄를 호소하는 가운데 막이 내린다.

죽음에 대한 성찰은 삶과 맞닿아 있다. 푸치니의 일 트리티코는 살인, 자살, 병사(病死) 등 세 가지의 다른 죽음을 통해 삶을 이야기한다. 오늘의 삶을 지옥, 연옥, 천국으로 만드는 것은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동전의 양면과 같이 맞닿아 있는 매일매일의 삶을 천국으로 만드는 우리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