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에 몰린 공기관, 균형발전 의지 있나

입력 2017-10-21 00:05:01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공공기관들이 대거 지방으로 이전했으나 2010년 이후 신설 기관은 절반 이상 수도권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대상 공공기관이 수도권을 떠나 지방에 안착하는 동안 한편에서 신설 공공기관들이 그 빈자리를 메우고 있었던 셈이다. 정부의 지역균형발전 의지가 슬그머니 사라진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0년 이후 신설된 공공기관은 모두 74곳이다. 이 가운데 수도권에 신설된 공공기관이 41곳으로 55.4%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서울에 신설된 공공기관이 29곳에 이른다. 경기도가 10곳이고, 인천에 2곳이 새로 둥지를 틀었다.

아무리 수도권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해도 새로 신설되는 공공기관들이 자리를 채운다면 공공기관 지방 이전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혁신도시를 키워 지방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지역균형발전에도 역행하는 것은 물론이다. 정부 스스로 수도권 쏠림 현상과 지역 간 불균형 개선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온다.

현행법상 공공기관이 수도권에 잔류하려면 국가균형발전법 시행령에 따라 예외로 인정되거나 지역발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수도권 설치의 불가피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지방 이전 예외 기관'이 아닌 공공기관들은 모두 지방으로 이전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신설 기관이라는 이유로 수도권에 세우는 것은 국가균형발전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게다가 현행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공기관을 신설할 때 기획재정부 장관이 타당성을 심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재부가 신설 타당성을 검토하면서 이들 수도권 신설 공공기관들에 대해서는 소재지를 지방으로 하는 것을 검토조차 하지 않아 특별법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들을 다시 지방으로 이전하게 되면 비용이 이중으로 발생하는 예산 낭비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새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핵심 국정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그 핵심은 지역 주도로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밀집한 인구와 기관을 과감히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 이 때문에 만든 특별법을 무시하고 신설 기관들이 대거 수도권에 들어섰다면 반드시 그 과정을 캐고 바로잡아야 한다. 이중 부담이 발생하더라도 다시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 강력한 대책 없이는 새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은 구두선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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