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소장 두고 갈팡질팡…정신 차려야 할 청와대

입력 2017-10-19 00:05:01

문재인 대통령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체제를 둘러싼 논란으로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려 있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부결된 김 권한대행에 대한 미련을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옳았지만,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다가 '오만해졌다'는 비판까지 자초했다. 청와대가 18일 파문을 가라앉히기 위해 서둘러 유남석 광주고법원장을 새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했지만, 정권 신뢰성에 적지않은 생채기를 남긴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달 21일 김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안이 부결되면서부터 지금까지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여러 차례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였다. 헌재소장 인준안이 야당 반대로 부결됐을 때, 문 대통령은 상당히 화가 났을 터이지만 그냥 잊어버리는 것이 좋았다. 그것이 정치의 기본인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오히려 엇길로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청와대가 지난 10일 김 대행 체제 유지 발표를 한 것도 상궤에 어긋난 일이지만, 그 근거로 지난달 18일의 재판관 간담회 결과를 든 것이 엄청난 헛발질이 되고 말았다. 청와대가 "헌재 재판관들이 김이수 대행 체제 유지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했지만,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엉터리임이 드러났다. 16일 헌재 재판관 전원이 '입장문'을 내고 "조속히 헌재소장 임명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며 청와대에 반기를 드는 듯한 상황으로 바뀌었으니 기가 찬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김이수 권한대행 체제를 내년 9월까지 연장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도 없고, 계획한 적도 없다"며 지난 10일의 발표 내용을 뒤집는 발언을 했다. 여론이 부정적으로 흘러가자, 청와대가 입장을 바꾼 것 같다.

이번 논란의 와중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약점이 명명백백하게 확인된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여전히 '진영 논리' '흑백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대통령과 참모 간의 소통 및 보고 차질, 참모들의 자질 부족 등의 문제점이 줄줄이 드러났으니 걱정스럽다. 지금까지의 인사 파동이 청와대의 구조적인 문제점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참모들의 수준으로 원활한 국정운영이 가능할지 의심스럽다. 정권 출범 6개월이 되는 만큼 다시 한 번 자기점검과 쇄신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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