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前 대통령 변호인단 총사퇴] 여론 의식 벼랑 끝 외톨이 전략, 재판 일정도 차질

입력 2017-10-16 19:11:10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을 마친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 연장 후 첫 공판을 마친 1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측이 법원의 구속영장 재발부 결정에 반발해 변호인단 '전원 사임'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재판부가 심정적으로 유죄라고 판단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고육지책인 동시에 추가 구속에 따른 절박감의 발로에서 시도하는 '판 흔들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영하 변호사를 비롯한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 7명은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출석해 사임계를 제출했다. 지난 13일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에 침묵으로 일관하다 이날 법정에서 '폭탄선언'을 한 셈이다.

변호인단이 '총사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우선 재판부의 '유죄 심증' 형성을 막아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재판부가 이날 "영장 재발부가 피고인에 대해 유죄의 예단을 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고 두 차례나 강조한 것도 이런 인식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변호인단 전원 사퇴 카드가 정치적 계산과 닿아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을 홀로 남겨두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정치적 희생양'이라는 프레임을 각인시켜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출당 조치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 출신인 노영희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은 철저하게 고립된 정치적 희생물이 되는 것이고 어떤 불리한 결과가 나와도 법원과 여당의 정치보복 때문이라는 프레임이 된다"며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고 행동으로 옮긴 셈"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 변호인단 7명이 모두 사임함에 따라 향후 재판은 어떤 식으로든 지연 등 일정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재판부는 "어떠한 재판 외적 고려 없이 결정했다"면서 "필요적(필수적) 변론(을 해야 하는) 사건이라서 변호인이 전부 사퇴하면 공판 자체를 진행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기소된 때에는 반드시 변호인이 있어야 한다. 만약 사선 변호인이 없는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국선 변호인을 선정해야 한다.

그러나 누가 새 변호인이라도 재판 차질은 불가피하다. 10만 쪽이 넘는 방대한 수사 기록과 재판 진행 상황 검토 등에 새로 들여야 할 시간 등을 고려할 때 심리가 상당히 지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다음 기일인 19일 전까지 변호인들이 사임서를 철회하거나, 박 전 대통령이 새로운 사선 변호인을 선임하지 않을 때는 국선 변호사를 지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아예 나오기를 거부하면 피고인이 없는 상태로 진행되는 '궐석재판'이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국선 변호인의 조력조차 거부하며 재판을 받지 않겠다고 버티는 가운데 국선 변호인은 피고인 면담을 하지 못해 재판이 사실상 공전 상태가 되는 등의 시나리오가 가장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거론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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