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칼럼] 홍준표 정치생명을 걸어라

입력 2017-10-16 00:05:00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당장 답을 하라. 홍준표 대표의 "개헌을 지방선거에 덧붙여 투표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방)선거와 같은 날 투표하면 휩쓸려 투표하게 돼 적절하지 않다. 지방선거 이후에 개헌 일정을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에 모두 동의하는가? 홍 대표의 이 개헌 연기론은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당론인가?

지금껏 한국당도 정치권의 개헌 대열에 동참하고 있었다.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에 동의해왔다. 수많은 한국당 사람들이 개헌 대열에 함께하고 있는데 홍 대표의 연기론은 무엇인가? 한국당 국회의원들은 홍 대표의 말 바꾸기 개헌연기론이 나온 지 닷새가 지났는데도 짠 것처럼 묵묵부답 말이 없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라는 사람들이 당 대표 말 한마디에 그동안의 개헌 소신을 확 바꾸었는가? 개헌이 하루아침에 뒤집을 수 있을 만큼 가벼운 것이었나? 한국당 대표 자리는 그 앞에서 아무도 이의를 달지 못할 만큼 제왕적인건가? 한국당 국회의원들은 이 물음에도 답을 해야 한다.

개헌이 위기다. 국회 의석 3분의 1(100석)이 넘는 107석을 가진 한국당의 대표가 개헌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한국당이 반대하면 개헌안 의결에 필요한 국회의석의 3분의 2(200석)를 확보하지 못해 개헌은 불가능해진다. 즉, 홍 대표의 개헌연기론이 한국당의 당론이 된다면 개헌은 좌절되고 만다. 홍 대표는 지난 11일 한 인터뷰에서 개헌이 중요 국가 대사라며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개헌 연기론의 이유를 댔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지방선거 투표의 의미를 희석시켜서는 안 된다는 이유도 들었다. 또 통일 시대를 대비한 통일 헌법으로 가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홍 대표의 연기론은 연기론이 아니다. 지방선거 뒤에 개헌 이야기를 따로 하자는 건 하지 말자는 거다. 선거 결과가 정치상황을 어디로 몰고 갈지 알 수가 없는데, 누가 다 식어 빠진 개헌론에 다시 불을 붙일 것인가. 개헌반대론일 뿐이다.

개헌 좌절의 역사가 이를 입증한다. 국회가 하자고 하면 대통령이 틀기 일쑤였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국회가 한목소리를 낸 적도 없다. 권력을 잡기 전에는 금방이라도 개헌을 할 것처럼 떠들다가 청와대에 들어가서 말 바꾸기를 한 대통령도 한둘이 아니다. 보수 쪽도 진보 쪽도 다르지 않았다. 권력의 단맛에 빠져든 탓일까. 하기 좋은 말로 권력의 속성이라고들 했다.

이번에는 좀 다르다. 개헌이 되면 권력은 분산되고 약화된다. 분권형 개헌이라고 하니 정부든 기업이든, 서울 사람들은 쥐고 있던 돈과 권력을 일부 내려놓아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이 나서서 개헌을 하자고 하니 마지못해 따라오고 있는 형국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다시 할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이유다.

국회보다 대통령이 더 적극적인 것도 이번 개헌에서 청신호다. 연방제에 버금가는 지방분권개헌을 하겠다고 한다. 지방은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소외되고 핍박받고 외면당해 온 지난 세월을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다. 지방은 개헌을 지체시킬 이유도 없고 지체시켜서도 안 된다. 그래서 홍 대표의 개헌연기론은 지방분권개헌에 대한 반대론이기도 하다.

홍 대표는 설화(舌禍)로 곤욕을 자주 치르는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그러나 이번 개헌연기론은 단순한 말 바꾸기나 말실수가 아니다. 당리당략만 고려한 정치공학 냄새가 짙다. 지방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다. 홍 대표의 말처럼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 어느 정당이 총선에서 이기느냐보다 더 중요한 개헌이기 때문이다.

2018년 개헌은 권력분권, 지방분권으로 요약된다. 역사의 흐름이다. 홍 대표는 이 개헌의 연기를 주장하려면, 그 앞길에 걸림돌이 되겠다면, 정치생명을 걸어야 한다. 한국당도 답을 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는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 한다. 특히 지방에서는 더 그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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