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안 부결
올 국정감사도 파행으로 끝나
후임 재판관'소장 동시에 지명
헌재 공백상태 한번에 해소를
2006년은 우리 헌법재판소 역사의 어두운 대목 중 하나이다. 2006년 8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윤영철 헌재소장 후임으로 전효숙 재판관을 지명했다. 전 후보자는 재판관을 사퇴하고 헌재소장 후보자로서 청문회에 임했다. 재판관으로 3년가량 재직한 전 후보자는 소장이 되면 임기가 3년밖에 남지 않는 상황이었다. 재판관 사퇴 후 헌재소장 임명절차를 밟아 6년 임기를 보장해주려는 속내였다. '헌재소장은 국회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 헌법 위반이었다. 이를 간과한 채 절차가 진행되던 도중 당시 조순형 새천년민주당 의원이 이의를 제기했다. 재판관이 아닌 전 후보자는 소장 자격 원천 미달이라는 지적이었다. 당시 국회 법사위원 중 유일한 비법조인이었던 조 의원의 한마디는 정국에 태풍을 몰고 왔다. 조 의원은 헌법과 법률을 가볍게 여긴 모두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전효숙 사태'는 3개월여 만에 대통령의 지명철회로 끝났지만 동시에 관련 법률의 미비점도 드러나게 한 계기였다.
재판관과 소장의 임기 논란이 대표적이다. 헌법상 헌재 재판관 임기는 6년으로, 연임할 수 있다. 반면 소장 임기는 규정이 없다. 노 전 대통령은 '전효숙 사태' 이후 이강국 전 대법관을 후임 재판관과 소장으로 동시에 지명했다. 임기 논란을 차단한 것이다. 하지만 '(현직) 재판관 중에서' 소장을 임명할 경우 임기에 관한 주장은 여전히 엇갈린다. 소장 임기를 남은 재판관 임기로 할지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것으로 할지 아직도 입법적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국회의 대표적인 직무유기이다.
2017년 역시 헌재 역사에 어두운 대목이 될 듯하다. 사상 처음 국회에서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인준안이 부결된 사건을 겪었다. 경위야 어떻든 탄핵에 이어 정치적 공방 한가운데 헌재가 놓이게 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엊그제는 올해 헌재 국정감사가 파행으로 끝났다. 역시 사상 처음이다. 여야 의원들은 서로 악다구니만 쓰다가 회의를 마쳤다.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은 인사말조차 못한 채 의자에 앉아 속절없이 의원들의 드잡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참으로 민망한 광경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권한대행에 사과하면서 삼권분립까지 강조하고 나섰다. 야당의 격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언필칭 대한민국 헌법기관들의 볼썽사나운 모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나라가 들썩였던 국정 파탄 사태를 겪고 났으니 정치가 좀 나아질 것으로 내심 기대하던 바였다. 혹시가 역시로 끝나는 것 같아 허탈하기만 하다.
그래도 기대를 완전히 접을 수 없는 노릇 아닌가. 정치권이 헌재 공백 사태를 순리로 풀어 가기를 바랄 뿐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문 대통령이 후임 재판관 후보자를 동시에 소장으로 조속히 지명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 말대로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정하는 것은 헌재 규칙상 전적으로 재판관 회의의 권한이다. 김이수 재판관을 권한대행으로 정한 재판관 회의의 결론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헌재소장 인준안이 부결될 경우 재판관까지 사퇴해야 한다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다. 정치적으로는 몰라도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법적으로 사퇴를 강제할 수는 없다. 국회가 일단 현재의 헌재 체제를 존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문 대통령은 소장 후임 지명이 늦어지는 것을 국회가 비판할 수는 있지만 현재의 국법질서를 존중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후임 헌재소장 지명에도 마찬가지 논리가 적용된다. 국회가 재판관과 소장의 임기를 입법으로 해결하지 않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것이 후임 지명을 늦추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대통령은 후임 재판관과 헌재소장 후보자를 동시에 지명함으로써 헌재 공백상태를 일시에 해소할 수 있다. 승부사 노무현 전 대통령도 그렇게 했다. 이강국 전 소장은 진보 보수라는 성향으로 따진다면 노 전 대통령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야당의 동의를 얻을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였다. 정치 공방이 길어질 경우 헌재의 권위를 크게 해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역시 노 전 대통령의 예를 따르는 게 바람직하다. 그것이 문제를 승부가 아닌 순리로 푸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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