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 할매할배의 날 확산 앞장] <2>손주랑 할매할배랑 문화의 장 열다

입력 2017-10-11 00:05:01

스마트폰·손주 대화법 교육 "어르신-손자녀, 거리감 없어요"

경상북도는
경상북도는 '할매할배의 날'을 제정해 미래사회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구미시 선산읍 완전리 경로당에서 어르신들이 '손주맞이 조부모교육'을 통해 안동하회탈을 만들고 있다. 경북도 제공
할매할배의 손자녀 양육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지난 2015년 10월 의성군 점곡면 사촌마을에서 7세 어린이들에게 미술지도를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할매할배의 손자녀 양육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김관용 경상북도지사가 지난 2015년 10월 의성군 점곡면 사촌마을에서 7세 어린이들에게 미술지도를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우리 손자, 손녀 다시 보려면 내년 설, 추석 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추석 연휴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은 손자'손녀를 안으면서 그동안 못 나눈 정을 나눌 수 있었다. 하지만 추석 연휴가 끝나면서 부모님들은 손자'손녀를 떠나보내면서 아쉬움에 눈물을 보이셨다. 경상북도는 이런 부모님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덜어주기 위해 전국에서 처음으로 '할매할배의 날'을 제정했다. 경북도는 '랑랑콘서트'를 비롯한 다채로운 문화공연 사업으로 할매할배의 날을 확산시키고 있으며, 미래사회 새로운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시키기 위해 뛰고 있다.

◆할매할배, 미래사회 문화의 스승

전문가들은 핵가족화와 개인화가 만연하고 이혼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 한국의 가족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한다. 경북도는 해결책으로 '할매할배'로 상징되는 노인을 제시했다. 유교적 가족관에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지혜는 인간 소외를 극복하고 인성을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교의 가장 기본 경전인 '대학'은 "늙은이를 공경하면 모든 백성이 효를 일으킨다"고 했다. 예로부터 노인 공경은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태평하게 하는 도리라고 여겼다. 즉 '효'야말로 만덕의 근본이며 인성교육과 윤리의 시작인 것이다.

한국 사회는 조만간 약 900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붐 세대가 노인 세대로 진입하게 된다. 이들은 근대화와 경제개발 주역으로 활동한 경험과 지혜를 갖고 있다. 이전 세대와 비교해 높은 학력과 경제력이 있으며, 청소년 세대의 전유물인 SNS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등 '새로운 노인'의 모습을 지녔다. 따라서 이 같은 '신세대 노인'의 문화와 전통적인 노인상의 장점을 잘 융합하면 미래사회의 긍정적인 문화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다채로운 문화공연 랑랑콘서트

경북도는 할매할배의 날의 필요성과 가치를 대중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추진할 수 있는 생활문화운동과 각종 홍보사업을 추진했다.

할매할배의 날은 다른 기념일과 달리 구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손자'손녀가 조부모를 방문해 관계를 맺으면서 노인의 삶을 이해하고, 삶의 지혜와 사랑을 공유한다. 특히 추상적인 논의에 머무는 게 아니라 노인에 대한 이해와 경로효친사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경북도는 가족이 직접 참여해 손주랑 할매할배가 함께하는 '랑랑콘서트'를 매월 한차례 경북도 23개 시'군을 순회하면서 제작해 방송하고 있다. 조손노래공연과 식전 공연인 효 콘서트, 랑랑합창단 등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이뤄져 있다. 가족들이 참가하는 노래경연은 끈끈한 유대와 소통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져 세대를 초월한 소통과 만남의 장이 되고 있다.

◆할매할배에게 한 수 배웠어요

기차 타고 버스 타고 7세 소년은 엄마 손에 이끌려 말도 못하고 글도 못 읽는 외할머니가 살고 계신 시골 외딴집에 맡겨진다. 영화 '집으로'의 첫 장면이다. 시골 생활의 답답증을 느낀 어린 손자가 사사건건 할머니에게 투정과 심술을 부리는 내용이 이어진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손자를 애정으로 보살핀다. 엄마가 소년을 데리러 왔을 때 할머니와 이별이 서러워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다. 심통스러웠던 소년을 따뜻한 아이로 변화시킨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건 바로 '사랑'이다.

할매할배의 날은 바로 손주에 대한 사랑과 가르침으로 시작됐다. 손자녀 세대는 조부모 세대의 삶을 배움으로써 공경심을 가지게 되고 조부모 세대는 손자녀 세대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함으로써 자존감을 가지게 되는 효과가 있다. 서로 소통과 공감을 통해 부모의 사랑 못지않게 조부모로부터 깊은 관심과 애정을 받으며 성장한다.

경북도는 여러 체험사업을 통해 할매할배의 날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했다. 마을 단위 어르신을 대상으로 현대적인 격대교육의 모델을 발굴하는 '손주맞이 조부모 교육마을' 사업을 통해 손주와 대화하는 법, 스마트폰 사용법, 육아법 등에 대해 교육했다.

또 놀이문화를 전승하고 손자녀 세대와 함께 체험하고 공유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나라 전통놀이 '한궁'을 이용한 '세대공감 소통문화사업'을 추진했다. 게임이나 컴퓨터에 몰입해 있는 손자녀 세대에게 새로운 놀이문화를 제공하고 전통놀이를 함께하는 과정에서 할매할배와 손자녀 세대의 거리감을 해소하고 친밀해지는 기회로 만들었다.

◆할매할배의 날 정착 노력

경북도는 할매할배의 날의 의미와 필요성 전달을 목표로 성공적인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 등에 힘을 쏟았다. 대중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통합 이미지를 개발했고, 연극과 인형극 등 다양한 공연을 통해 홍보했으며, 젊은 세대의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걸그룹이 함께한 로고송과 웹드라마를 제작해 젊은 세대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애니메이션 등을 제작해 의미를 쉽게 전하고 한눈에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등 세대별 맞춤형 홍보전략도 추진했다. 경북지방우정청과 공동으로 대구경북 지역 학생들이 조부모님께 편지를 쓰는 '세대공감 편지 쓰기' 등 소통매체 개발을 위한 각종 사업을 통해 세대 간 소통과 이해에 힘썼다.

도내 시'군 특화사업을 통해 할매할배의 날 확산과 내실화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경산시의 지역아동센터와 경로당 자매결연 사업인 '사랑의 손자녀 맺기', 칠곡군 '인생강연 100℃' 등 삶의 지혜와 경험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등 도민의 정서와 소망이 녹아 있는 사업을 발굴 및 추진해가고 있다.

대구경북 8개 기관단체장이 할매할배의 날 공동추진을 위해 모였고, 대한노인회 등 민간단체도 두 팔을 걷고 나서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에 3대가 함께하는 공감활동 사례로 반영하는 등 각계각층에서 관심을 보여줬다.

◆할매할배의 날 효과'필요성

유교에서는 공동체 중에서도 특히 '가'(家)를 강조한다. 가는 자기 존재의 근원일 뿐만 아니라 모든 공동체의 기초라 보았다. 더 나아가면 사회공동체로 확장하게 된다. 수신제가(修身齊家)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라는 말이 나오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할매할배의 날은 각종 사회병리현상들을 가족 간의 소통을 통해 가정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큰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회문화적인 관점에서 신'구세대의 갈등을 완화하고 해결하는 동시에 사회통합을 견인하는 정책적 방향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고령화사회로 인해 현대인은 누구나 노인으로 살아가야 할 시간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할매할배의 날은 노인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젊은 세대와 함께 삶을 향유하는 기회를 갖는다.

권영길 경북도 복지건강국장은 "할매할배의 날은 사회구성원이 소속감과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게 도와준다"면서 "젊은 세대는 다가올 자신의 노년에 대해 절망이 아닌 희망적인 비전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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