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야' 푸드트럭 손준혁 씨, 강정고령보서 2년째 도전

입력 2017-10-10 00:05:01

'청년 창업의 꿈' 돈만 좇으면 '푸어트럭' 되기 십상

강정고령보 주차장 옆에서 아지야 푸드트럭이 영업을 하고 있다. 산책 나온 시민들이 핫도그, 닭꼬치, 소시지를 사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손준혁 씨는
강정고령보 주차장 옆에서 아지야 푸드트럭이 영업을 하고 있다. 산책 나온 시민들이 핫도그, 닭꼬치, 소시지를 사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손준혁 씨는 "영업 2년째지만 메뉴 제한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했다.

2년 전 공모 당첨돼 의욕 갖고 시작

빨간 트럭에 3종류 메뉴도 갖췄지만

규제 때문에 한달 100만원도 못 벌어

주말·휴일 매상으로 겨우 버틸 정도

음료 못 팔고 이동 영업도 할 수 없어

꿈 포기하지 않도록 제한 풀렸으면…

규제개혁 조치 1호로 합법화된 푸드트럭이 올해 3년째를 맞았다. 취업난 청년들에게 무점포 소자본 창업 아이템으로 새롭게 주목받았다. 미국 영화 '아메리칸 셰프'의 실제 모델인 푸드트럭 운영자 '로이 최'처럼 성공하고 싶었던 청년들은 앞다퉈 푸드트럭 영업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대부분 푸드트럭 운영 젊은이들은 중도 하차했다. 대구지역 경우 푸드트럭 합법화 이후 33개 업소가 영업에 나섰지만 9월 말 현재 계약 유지 업소가 10곳도 안 된다. 요리가 백종원은 "푸드트럭은 스쳐가는 행인의 0.1초 눈길을 잡느냐, 못 잡느냐가 성패를 가른다"고 강변한다. 푸드트럭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강정고령보 주차장옆에서 힘들지만 2년째 '아지야'(ajiya) 푸드트럭을 운영하는 젊은이 손준혁(35) 씨를 만나봤다.

◆"푸드트럭, 로또에 당첨된 줄…"

바람결에 물비늘이 살랑살랑 춤추는 가을의 한낮, 햇살이 물비늘 위에 살포시 내려앉아 반짝이고 있다. 강정고령보 낙동강변 주차장에는 빨간 푸드트럭이 있다. 나뭇잎을 그늘 삼아 가족이나 연인들이 자리를 펴고 한가롭게 쉬고 있다. 이때 엄마 손을 잡은 아이가 푸드트럭에 다가와 핫도그를 사달라고 조른다. 푸드트럭 주인인 손준혁 씨는 기름에 튀긴 핫도그에 설탕을 묻히고 캐첩을 바른 뒤 아이에게 전한다. 그에게 푸드트럭은 삶의 새로운 도전이 됐다. 그는 2007년 계명문화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중소기업에서 수년간 일을 했다. 2015년 취업난 청년들을 대상으로 강정고령보에 푸드트럭 2대를 모집하는 공고를 접했다. 강정고령보 푸드트럭은 대구 첫 사례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푸드트럭에 도전해보자." 그는 결심하고 신청서를 냈다. 30여 명이 지원해 2명을 뽑는 공개추첨에 최종 당첨됐다. 그는 "로또에 당첨됐다"며 기뻐했다. 영업기간은 2015년 10월부터 2018년 9월까지 3년이고 임대료는 월 10만원이다.

◆초창기 의욕은 매우 컸는데…

그는 초기 투자비용으로 중고트럭 600만원, 차 개조비 2천100만원, LP가스 및 안전시설 300만원 등 모두 3천만원 정도를 들였다. 또 냉장고, 조리대 3개, 핫도그 온장고, 발전기도 마련했다. 디아크의 기존 매점업주를 고려해 커피, 음료, 아이스크림은 팔 수 없는 조건이었다.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다. 그는 장사에 앞서 사업을 잘 해보려고 벤치마킹을 했다. 부산 깡통시장, 전주 한옥마을, 서울 명동 등 특화거리를 다니며 메뉴, 조리, 영업 방식 등을 살펴봤다. 강정고령보는 평일은 조금 한산하지만 주말, 휴일에는 가족단위나 연인들이 많이 찾는다. 길거리 음식으로 비싼 메뉴보다 조리하기 간단한 핫도그, 닭꼬치, 소시지 등 3종류 메뉴를 팔기로 했다. 그리고 나서 식자재 공급업체에서 조리교육을 받았다. 메뉴 특성상 혼자 하기 어려워 아르바이트 직원 2명을 들였다. 푸드트럭은 빨간색으로 만들어 눈에 잘 띄게 했다. 음향시설을 갖춰 신나는 음악을 틀어 놓았고 메뉴와 가격을 표시한 현수막도 설치했다.

◆열악한 영업 조건…"너무 힘들어요"

처음엔 푸드트럭 장사를 하면 돈이 마구 굴러들어올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너무 달랐다. 평일에 10만원도 팔기 어려웠다. 그는 눈앞이 캄캄했다. 다행히 주말과 휴일에 하루 50만원 정도 매상이 올라 겨우 버티고 있다. 그는 재료비, 인건비, 임차료 등을 제외하면 한 달 100만원 벌이도 어렵다고 한다. 매출 신장을 위해 스테이크를 구워 팔아볼까도 생각했다. 그러나 1만원 넘는 스테이크를 누가 사먹지 않을 것 같아 포기했다.

영업 환경도 열악하기만 하다. 손님들이 편히 앉아 음식을 먹을 테이블과 의자 설치를 못 한다. 전기시설이 없어 발전기를 돌리고 있다. 허가지역 내에서도 이동 영업을 할 수 없다. 음료'아이스크림을 팔 수 없다. 여름'겨울철에는 냉'난방시설도 못 한다. 그래서 봄'가을 장사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무더운 여름철 손님도 적은데 뜨거운 핫도그를 누가 사 먹겠느냐"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동안 음식 재료비, 인건비도 대폭 올랐지만 손님이 줄까 봐 음식값을 못 올리고 있다.

◆"막막하지만…장사 접을 수 없어요"

"한 번은 영업 중에 어르신 한 분이 찾아왔어요. 핫도그 하나 사먹고는 5만원 지폐를 건넸어요. 젊은 사람 참 고생 많다며 거스름돈은 장사에 보태 쓰라고 했어요. 정말 고마웠어요."

그는 아직도 그 어르신을 잊지 못하고 있다. 힘들 때마다 위안 삼아 용기를 내고 있다. 그는 조금이라도 매상을 만회해보려고 올해 대구치맥축제 푸드트럭에 참여했다. 푸드트럭은 대부분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나와 장악했다. 그가 5일간 올린 매출은 고작 200만원. 투자비의 절반을 날렸다. 최저임금이 내년엔 대폭 오른다. 직원 인건비가 걱정이다. 아직 초기 투자비용도 못 건지고 있다. 그래도 그는 장사를 접을 수 없다. 지금 포기하면 그의 도전은 물거품이 된다. 그는 "푸드트럭을 통해 꿈을 키우고 싶다"며 "청년들이 학벌이나 스펙에 관계없이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는 공평한 세상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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