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대구, 오페라를 통해 소통한다

입력 2017-10-09 00:05:00

세계 최초의 오페라 전용극장(오페라하우스)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되었을까?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인 1637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Teatro San Cassiano(산 까시아노)'라는 최초의 오페라하우스가 만들어졌다. 이후 1700년대 들어 클래식 중에서도 가장 고급 장르인 오페라를 즐기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유럽의 거의 모든 도시에 오페라하우스가 유행처럼 건립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300여 년 후인 2003년, 대한민국 최초로 오페라 전용극장 '대구오페라하우스'가 대구 북구 호암로에 들어섰다. 대구오페라하우스는 현존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오페라 전용극장으로서 매년 가을이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오페라 극장 및 오페라 가수들과 함께하는 '국제오페라축제'를 개최한다. 올해는 제15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12일(목)부터 내달 12일(일)까지 한 달간의 대장정을 펼친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서울이나 부산이 아닌 대구에 최초의 오페라하우스가 만들어진 것일까? 이는 여타의 정치'경제적 요인을 차치하고라도 대구가 근대 서양음악사의 발전에 중요한 입지를 갖는 까닭일 것이다.

지난 9월 30일~10월 1일, 대구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 나루터에서 100대 피아노 콘서트가 열렸다. 궂은 날씨에도 많은 대구시민이 함께한 이 콘서트는 1900년 사이드 보텀 선교사가 우리나라 최초로 사문진 나루터에 피아노를 들여왔던 사실을 기념하려는 것이다.

또한 11월에는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한국 최초의 가곡 '동무생각'의 작곡자이자 근대 서양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향토 작곡가 박태준 기념 콩쿠르와 음악회도 열린다. 박태준 선생님과 같은 대구계성학교 출신으로 한국 최초의 창작 오페라 '춘향전'의 작곡가인 현제명 선생님 역시 대구를 기반으로 대한민국 근대 서양음악을 이끈 음악계의 거장이다.

이처럼 대구는 이미 18세기에 우리나라 최초로 피아노가 들어오고 박태준, 현제명과 같은 걸출한 서양 음악가들을 배출한 대한민국 근대 서양음악의 성지로서 우리나라 최초의 오페라 전용 극장이 들어설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 할 수 있다.

올해로 15회를 맞는 2017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주제는 '오페라와 인간'(OPERA & HUMAN)이다. 오페라를 매개로 인간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오페라를 통해 사람들이 소통하는 축제를 꿈꾼다.

2017 대구국제오페라축제는 아시아 유일의 국제오페라축제이다. 이번 축제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까지 나아가는 진정한 국제오페라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대구시와 극장 관계자는 물론 오페라의 수도, 문화도시 대구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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