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기사 본사 직접 고용 명령
기사들 고용불안 커질 가능성
복잡한 관계 단칼 해결 어려워
선한 결과 위해 정밀한 정책을
"전국 3천396개 가맹점에서 일하는 5천378명의 제빵기사들을 파리바게뜨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하거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파리바게뜨 가맹점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를 불법 파견 근로자로 간주하고 이들을 모두 직접 고용할 것을 명령했다. 협력업체 소속 기사들에 대해 본사가 직접 업무 지시 등을 한 것이 불법 파견이라는 논리이다. 불이행 시 과태료가 530억원이라는 추정도 있고, 1천300억원대라는 주장도 있다. 명령에 불복하여 법정으로 가면 여론 재판이 있을 것이다. 소비자와 매일 만나는 기업이 사회적 약자인 제빵기사들을 외면한다는 여론몰이를 견디기는 어렵다. 아무튼 법정 다툼을 택하지 않는 한 파리바게뜨가 천문학적인 과태료를 피하려면 직접 고용밖에는 길이 없어 보인다.
단순하고 명료한 해법이다. 이처럼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를 그동안 어렵게 생각했던 게 아닌가. 가맹점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고용 관계를 둘러싼 갈등은 기실 해묵은 논란이다. 이번 경우도 프랜차이즈 본사, 협력업체, 가맹점주, 제빵기사들이 오랫동안 다투어 온 사안이다. 전통적인 법적 개념으로는 고용 관계에 대해 해석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어려운 숙제를 단숨에 쾌도난마식으로 풀어낸 고용부의 혜안에 박수를 보낼 일이다. 그동안은 무얼 했는지 의아할 지경이다. 문제는 실제 반기는 사람이 의외로 적다는 사실이다.
직접 만나본 가맹점주에 따르면 제빵 업종의 특성상 추상적인 개념과 실제 현장의 업무가 조화되기 어려운 많은 변수가 있다고 한다. 현재는 가맹점이 협력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고 기사들을 공급받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기사를 본사가 직접 고용하면 상황이 좋아질까. 본사 직원인 기사들이 지금처럼 가맹점에서 일할 경우 그 자체가 불법이다. 제조업인 제빵업은 파견 허용 업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려면 본사와 가맹점이 도급계약을 맺어야 한다. 본사는 고용 부담을 피하기 위해 계약직으로 기사들을 채용할 것이라고 한다. 기사들의 고용은 불안해지고 처우 역시 지금보다 더 좋아진다고 장담할 수 없다. 가맹점주가 직접 고용하는 것이 해법이 될까. 본사가 직접 고용하든 가맹점주가 고용하든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기사 대신 점주가 직접 일하겠다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현재 기사들이 6주간 교육 후 현장에서 일하는 것처럼 점주들이 교육을 받겠다는 것이다. 고용부의 조치가 오히려 기사들의 고용을 불안하게 하거나 일자리를 더 줄이는 개악이 될 가능성이 농후한 것이다. 박수 치는 사람이 적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사 모두를 본사가 직접 고용하라는 최후통첩이 적정한 해법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필요한 조치는 현재의 도급계약 형태를 제대로 지키라는 시정명령이었다. 협력업체가 기사의 업무를 제대로 지시'감독할 수 있도록 하고, 가맹점주 역시 기사와 적절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본사가 교육 훈련을 제대로 하게 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정되지 않을 경우 다음 단계의 조치를 강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뜸 불법 파견으로 단정해 버림으로써 직접 고용밖에는 답이 없게 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모기를 보고 칼부터 빼든 셈이라 할까.
사회경제적 약자를 보호하겠다는 고용부의 선의 자체를 폄훼하고 싶지는 않다. 새 정부와 새 장관의 입맛에 맞는 일을 하려는 공무원들을 탓하기만도 어렵다. 선의에 따른 정책이 그 의도대로 선한 결과를 낳는 경우는 현실에서 오히려 드물다는 게 문제다. 오히려 비정규직의 고용을 불안하게 만든 비정규직보호법이 대표적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저임금 근로자 처우 개선이라는 본래 목적보다 일자리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제빵기사만이 아니라 가맹점주 등 자영업자 역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동반한 문제를 일도양단식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진정한 공직자라면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정밀한 정책을 내놓아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고용과 노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더 깊은 고민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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