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대 아테네 학당에서 배워라

입력 2017-10-02 00:05:05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캠퍼스는 늘 새 학기가 되면 학생들이 뿜어내는 '에너지'로 활기가 넘쳐난다. 그런데 그 넘치는 활기가 도서관으로 들어오는 순간 '정숙'으로 변한다. 도서관은 늘 조용하고 그 조용함이 지나쳐 엄숙함마저 느껴진다. 도서관에서의 조용함은 반드시 지켜야 할 예절로 통하며, 어린 자녀라도 데리고 있을 때에는 소란이라도 피울까 봐 부모들은 늘 노심초사한다. 작은 소리나 소음이 나면 도서관 이용자들 서로가 따가운 눈총을 주는 분위기이다. 우리나라에 있는 어느 도서관을 가더라도 비슷할 것이다.

우리 대학교 도서관에는 '아테네 학당'이라는 그림이 걸려 있다. 이탈리아의 화가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 학당'의 그림 속에는 인류 역사상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철학자와 수학자들이 등장한다. 그림 한가운데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를 시작으로 소크라테스, 피타고라스, 유클리드, 프톨레마이오스, 조로아스터까지 수많은 학자들이 있어 그야말로 지식의 전당이다. 이들은 각자 누군가와 격렬하게 토론하고, 학습하고 고민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보고만 있어도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이스라엘의 유태인 전통 도서관인 '예시바'에서는 토론을 위해 하나의 책상에 2개 이상의 의자가 있다고 하고, 티베트 불교 승려들의 교리문답 토론인 '최라'에서는 상대방의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면 비난을 당할 정도라고 한다. 이들에게 공부는 그냥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동료 학습자와 의견을 나누고 소통하는 것이다. '토론'이야말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예로부터 가장 중요한 학습 방법 중 하나이다.

요즘 대학생들은 졸업 후 워낙 취업의 문이 좁고 대체로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그러한 좁은 취업의 문으로 들어가기 위해 소위 '독서실형' 열람실에서 취업 준비를 해야 하고 그곳에 한 번 들어가면 잘 나오지를 않는다. 가만히 살펴보면 취업 준비를 위한 수험서나 인터넷 강의를 통한 '자율학습'에 매진하는 모습이 대학 도서관의 풍경이다.

그러나 사실 다른 한편으로 요즘 도서관을 보면 공공 도서관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고, 수년 전부터는 대학 도서관에서도 인문학의 열풍으로 이와 비슷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 도서관에도 독서토론클럽, 인문학기행, 독서퀴즈대회, 작가와의 만남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그룹스터디룸을 만들어 토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場)을 마련하고 있다.

대학을 '지식의 상아탑'이라고들 한다. 대학이 처한 환경에서 보면 진부한 표현이라고 할지도 모르고, 취업이 어려운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 표현이라고 비판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대학의 역할과 대학에서 학습하는 학생들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장 잘 나타내 주는 말이다. 학습한 내용 중에 어떤 주제에 관해 의문이나 궁금한 내용을 토론하고 의견을 나눠보거나 어떤 책을 선정하여 읽은 후 감상이나 느낌을 서로 이야기해 본다면 대학 안에서의 학습 현장이 더욱 생생하고 활기를 찾게 될 것이다.

새 학기에는 학생들의 학습에 대한 토론과 의견 교환 열기가 더욱 높아짐으로써 지식의 상아탑으로서 활기를 되찾아 또 하나의 '아테네 학당'의 모습을 대학 도서관 안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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