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 FTA 개정 협상 요구] 트럼프의 억지…車부품 직격탄

입력 2017-07-14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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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개정협상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대구경북 자동차부품, 섬유 등 수출업체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후보 수락 연설을 하면서 한'미 FTA를 비롯한 모든 무역협정에 대해 재협상 의지를 밝히는 모습. 매일신문 DB

미국 무역대표부가 1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에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구경북의 대(對)미국 수출 기업에 때아닌 날벼락이 떨어졌다. 업계는 그간 누렸던 관세 적용 해제, 서비스'투자에 대한 네거티브 방식 규제 적용, 최혜국 대우 등 혜택이 원점에서 다시 논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후폭풍을 우려하고 있다.

한'미 FTA가 '개정 협상' 절차를 밟으면 대구 주력 산업인 자동차부품, 섬유업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 11일 IBK경제연구소는 미국이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시작하면 무역 적자가 가장 큰 자동차 및 철강 분야의 무역수지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정부는 한국 정부에 자동차 관세(2.5%) 부활, 현대기아차 공장 이전, 국산 완성차 기업의 미국 현지 투자 확대, 미국차 수출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 한국산 철강 관세율 인상 및 중국으로의 우회 수출 금지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미국이 무역 적자 규모를 2012년 이전 수준으로 되돌릴 수 있으면서 최대 관세율보다 높지 않은 수준으로 재협상 관세를 적용한다면 자동차 분야의 수출 및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최대 수출업종 '자동차 부품'

대구의 미국에 대한 수출 가운데 자동차부품 수출은 지난해 기준 28.9%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자동차 부품업계는 그렇지 않아도 미국 내 현대기아차 판매량이 감소하고 있어 현지 투자를 늘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 내 연료 가격이 하락한 영향으로 그간 현대기아차의 미국 내 인기 제품이던 소형'중형차 대신 타 업체의 대형차 판매가 증가 추세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미국에서의 현대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70만2천 대)의 91% 수준인 64만2천 대에 그쳤다.

GM, 크라이슬러 등에 공조장치 등을 납품하는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의 미국에 대한 부품 직수출 비중은 50% 수준이다. 미국에 조립공장을 두고 국내 생산한 일부 부품을 납품하는 식으로 수출을 하고 있다.

이래오토모티브시스템 관계자는 "미 정부가 지엠과 크라이슬러, 포드 등 자국 완성차 업체에 대해서까지 미국산 부품 사용을 요구하기 시작하면 그때는 현지 투자 비중을 더욱 늘려야 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현지 법인을 운영하는 램프 제조사 에스엘은 이미 '부품 현지화' 요구를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에서 램프 또는 부품을 직접 생산하려면 국내와 미국에서 금형 두 개를 동시에 가동해야 해 투자 비용이 두 배로 들고 제품 단가 상승도 우려된다. 또 미국 내 부품 공급회사가 없거나 공급 단가가 한국 협력업체보다 비싼 경우가 많아 완전히 현지화하기란 어려울 것으로 에스엘은 보고 있다. 미국 요구를 들어주고자 공장을 모두 이전해 미국에서 글로벌 물량을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에스엘 관계자는 "미국 현지 투자를 늘리면 글로벌 법인 전체의 매출은 보전되더라도 국내 제조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매출 감소, 일자리 감소, 협력업체 주문량 감소 등 연쇄 피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섬유업계, "직접 피해 없을 듯, 지켜봐야"

섬유도 수출 감소가 우려된다. 지난해 대구의 대미 수출 가운데 면직물과 편직물 수출은 각각 3.2%, 2.9%로 6, 7위를 차지했다.

섬유업계는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의류용 원단은 많은 경우 미국에 직수출하는 비중보다도 OEM(주문자 상표 부착 방식) 주문을 통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등을 거쳐 간접 수출하는 비중이 더 크기 때문이다. 특히 베트남에 공장을 세워 대미 무관세 혜택을 보는 업체도 있어 큰 우려는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국 산업 현장에 수출되던 산업용 섬유는 관세가 회복될 경우 타격이 우려된다. 한 섬유업체 관계자는 "미국 직수출 시 관세를 적용받기 시작하면 일본, 유럽 등지의 경쟁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크게 감소할 우려가 있다. 가뜩이나 사드 갈등으로 인해 중국 수출이 대폭 감소한 상황에서 한'미 FTA까지 조정된다면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미국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를 살펴본 다음 산업통상자원부와 대구시, 섬유산업연합회 등과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 막는 것 아닌 다른 협상 염두한 것?"

일각에서는 이번 '한'미 FTA 개정협상' 논의가 또 다른 요구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한 가림막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한 예로 현재 독일차 브랜드들이 주도 중인 오토사(Autosar) 플랫폼은 자동차 전자제어 등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후발 주자인 미국이 이에 맞서 기술 주도권을 잡고자 국내 완성차 업체에 미국산 자율주행차 기술 적용을 요구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대구 한 무역 전문가는 "미국 완성차 기업인 포드와 지엠 등도 외국 현지 투자를 통해 판매량 증대를 꾀하는 마당에 한국 기업에만 자국 투자 확대를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 만큼 자국 영향력과 수익을 확대할 만한 다른 협상 카드를 내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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